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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 형무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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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영국을 처음 방문한 사람이면 으레 한번쯤 둘러 보게 되는 곳이 런던탑이다. 템즈강 배안에 있는 이중세의 성채 (성채) 는 정복왕 「월리엄」 1세때 착공되어 14세기에 완성된 런던의 명물이다.
한때는 왕궁으로도 쓰여졌던 이 런던탑이 관광코스에 끼일만큼 유명하게 된 것은 18세기이후 국사범의 감옥으로 악명이 높았기 때문이다.
영화 『1천일의 앤』 으로 유명한 「헨리」 8세의 왕비「앤· 볼린」, 『유토피아』 의「토머스·모」경도 이 감옥에 수감 되었었다.
그래서 현재 런던 은 옛날의 식기, 왕실의 보석과 함께 각종틀들을 전시하고 있다.
「레이건」 이 85년 독일 뮌헨을 방문했을 때도 들른 곳이 있다. 나치의 잔호 그것을 그대로 보여주는 악명높은 유태인 강제수용소 베르겐벨젠이다. 그때 「레이건」 은 『이제 증오와 악은 사라졌다』 는 말로 이 역사의 아픈 상처를 어루만져 주었다.
영국인들에게 있어 런던탑은 그저 부담없는 관광지이지만 베르겐벨젠은 독일인들에게 너무나 쓰라린 상처를 남겨준 곳이다. 그러나 그것을 역사의 산 교육양으로 공개한 것은 또 얼마나 용기있는 일인가.
『나는 이천이백이십삼번/죄인의 옷을 걸치고/가슴에 패를 차고 이름높은 서대문형무소/제삼동 이호실/북편 독방에 홀로 앉아/「네가 광섭이냐」 고 혼자말로 물어보았다」 시인 김광섭씨가 「이름 높은 서대문형무소」 라고 읊은 서울 현저동 101번지 서울구치소가 경기도 시흥으로 옮겨감에 따라 그 자리에 사적공원이 들어선다.
1908년 경성감옥이라는 이름으로 세워진 이 교도소는 한국감옥 제1호. 그래서 교도소의 대명사처럼 된 이 서울구치소는 암울했던 우리나라 근대사를 증언해 주는 곳이기도 하다.
1919년 만세사건이 일어나자 일제는 수많은 애국지사들을 검거했다. 그러나 수용시설이 모자라자 공장과 교회당을 임시 가사로 쓰는 한편 대전·해주·함흥에 감옥을 신설했다. 그야말로 일제하의 한반도는 「감옥의 군도」 라 해도 좋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유관순 열사, 강우규의사는 물론 한룡운, 손병희, 오화영, 권동진, 박희도등 33인이 수감 되었던 곳이 바로 서대문 감옥이었다.
더구나 작년에는 유열사가 갖은 악형과 고문으로 옥사한 지하감방, 강의사가 교수대에 처형되기 직전손톱으로 마루바닥에 쓴 육필흔적이 발견되어 항일의 역사를 다시금 우리에게 일깨워주고 있다.
서울시가 뒤늦게 나마 이곳을 사적공원으로 지정, 역사의 산 교육양을 만드는 것은 뜻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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