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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에 갇힌 가을…파란 하늘 작년의 절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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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가을 하늘 공활한데 높고 구름 없이…’.

미세먼지 농도 7년 만에 가장 높아
중국 오염물질, 충청 화력발전 탓

애국가 3절에 나오는 공활(空豁·텅 비어 몹시 넓다)한 가을 하늘은 올 들어 자주 나타나지 않았다. 본지가 기상청에서 발표한 시정거리 측정자료를 종합해 분석한 결과다. 서울 지역에서 시정거리가 20㎞ 이상 관측된 날 수(올 9월 1일부터 11월 20일까지 매일 오후 3시 기준)는 모두 19일로 집계됐다. 시정거리는 육안으로 식별할 수 있는 최대거리 를 말한다. 시정거리가 20㎞ 이상이면 서울 강남에서 북한산을, 서울 남산타워에서 인천 앞바다를 뚜렷이 볼 수 있는 수준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시정거리가 20㎞ 이상인 날 수는 모두 43일이었고, 2011~2015년 사이 평균값 역시 43일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올가을에는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진 것이다. 지난해까지는 적어도 가을철 동안 이틀에 하루 정도는 쾌청한 날을 볼 수 있었다면 올해는 닷새에 하루꼴로 줄어든 셈이다.

반면 시정거리가 10㎞ 이하로 줄면서 답답하고 뿌연 하늘이 나타난 경우는 올가을 모두 21일을 기록했다. 지난해 6일에 비해 15일이 많고 2011~2015년 평균치 14.8일보다도 6일이 늘어난 것이다. 이처럼 시정거리가 감소하면서 올가을 상황은 2006~2010년과 비슷해졌다. 당시는 ‘제1차 수도권 대기환경관리 기본계획(2005~2014년)’의 성과가 아직 나타나기 전이었다.

기상청 관계자는 “보통 대기 중에 수증기나 미세먼지 입자가 많을수록 안개나 연무(스모그)가 생기고 시정거리도 짧아진다”고 말했다. 오후 3시에 측정한 시정거리는 안개보다는 연무의 영향을 주로 받는다. 실제로 올가을 서울의 미세먼지(PM-10)의 평균 농도는 ㎥당 47㎍(마이크로그램·1㎍=1000분의 1㎎)으로 예년(2011~2015년 가을철 평균 농도는 35㎍/㎥)보다 높았다. 미세먼지는 지름 10㎛(마이크로미터·1㎛=1000분의 1㎜) 이하의 먼지를 말한다. 이처럼 가을철 미세먼지 평균 농도가 40㎍을 넘어선 것은 2009년 45㎍을 기록한 이후 7년 만이다.

전문가들은 “대기가 정체된 기상학적인 요인에다 대기오염물질이 지속적으로 늘어난 탓”이라고 설명했다. 구윤서 안양대 환경에너지공학과 교수는 “서해 쪽에 정체성 고기압이 자주 나타나면서 대기오염물질이 흩어지지 않은 탓이 크다”고 설명했다. 정용승 고려대기환경연구소 소장은 “중국 만주 등 북서쪽에서 기류가 한반도로 곧바로 들어오면 공기가 깨끗하지만 먼저 남하해 중국을 거친 뒤 한반도로 들어오면 중국 오염물질까지 몰고 오게 된다”고 지적했다.

최근 들어 국내 대기오염물질의 배출이 증가하는 것도 탁한 하늘의 원인이기도 하다. 동종인 서울시립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지표면 부근에서는 중국 쪽 오염보다는 충청 지역 화력발전소나 인천 등지의 오염물질이 서울의 대기질에 직접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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