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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청소원들의 수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새벽 청소원들의 윤화수난이 심각하다. 올들어 불과 두 달 사이에 서울에만도 5명의 청소원이 사망하고 92명이 부상했다. 지난해는 9명이 숨지고 무려 1백24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예사 일이 아니다. 이 추세라면 또 얼마나 많은 청소원이 어이없게 희생되고 불구자가 될지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특히 요즘 들어서는 청소원만 참화를 입는 게 아니라 가족들의 희생도 큰 모양이다. 남편이나 아버지의 일손을 돕기 위해 새벽 청소길에 함께 나섰다가 윤화를 당하는 경우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
며칠 전에는 쓰레기를 가뜩 실은 리어카를 뒤에서 밀어주던 청소원부인이 숨졌다. 청소원인 아버지의 일손을 덜려고 새벽 청소를 하던 아들이 숨진 일도 있었다. 모두가 애절하고 가슴 아픈 일이다.
대부분이 일용잡급 아니면 임시고용원인 청소원들은 박봉과 윤화위험의 2중고를 겪고 있는 것이다. 난폭운전, 음주운전에 무방비상대에서 근무해야하고 일용인부는 예산항목이 없다고 퇴직김도 못 받고 사고가 나더라도 보상도 제대로 받지 못한다고 한다.
새벽4시에 일어나 꼬박 13시간동안 하루 평균 2t이 넘는 쓰레기를 수거하는 중노동에 시달리지만 월급은 15만 여 원이 고작인 모양이다.
그렇다고 안전대책이 마련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앞으로도 대책이 나오리라는 보강도 없다. 기껏해야 야광으로 된 구경표지가 등에 붙은 조끼와 야광안전벨트, 손수레 반사경 등이 새벽음주와 과속운전 차량으로부터 사고를 면하기 위한 유일한 대비일 뿐이다.
새벽청소원 윤화의 원인은 두말할 것도 없이 과속, 난폭 운전이나 졸거나 술에 만취한 상태에서 차를 몰던 운전자의 과실 때문이다.
물론 인력에만 의존하는 청소 방법과 소홀한 안전대책, 도로시설의 불비 등도 무시 못할 원인이랄 수 있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요즘 부쩍 늘어난 자가운전자들이 새벽까지 술을 마시거나 야간근무를 마치고 졸면서 귀가하다가 사고를 내는 경우가 태반이다. 작년 말에는 졸던 운전자차에 받혀 3㎞나 끌려가 숨진 청소원도 있었다.
새벽이 아니라도 평상시 교통사고의 75%가 운전자 과실이고 그 중에서도 음주, 과속, 안전거리 미확보, 난폭 운전, 전방주시 태만이 사고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그 사정을 익히 알 수 있다.
해마다 교통사고 사망자가 7천 여명에 이르고 부상자만도 20만 명에 육박하고 이로 인한 재산손실이 5천 억 원이 넘는데도 속수무책인 당국의 태도가 안타까울 뿐이다.
사고분석에서 원인이 뚜렷이 나타나고 사고의 주범이 자가운전자가 절반을 차지할 만큼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으면 그 무언가 대책이 나와야 한다. 자동차 문화를 정착시키는 보다 활발한 캠페인이나 달리는 「살인 흉기」라 할 난폭과 음주운전을 뿌리뽑는 「예외 없는 단속」만이라도 펴야할게 아닌가.
교통경찰이 우리 나라처럼 많은 나라도 드문데 교통사고는 세계에서 가장 많다는 것은 아이러니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결국 교통경찰에게 단속상의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증명해준다.
길거리 청소의 기계화와 단속의 강화등 청소원이 더 이상 희생되는 일이 없도록 안전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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