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응 파문' 양길승씨는 누군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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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길승(梁吉承.47) 청와대 제1부속실장은 청와대 인선이 거의 마무리된 지난 2월 중순 노무현(盧武鉉)당선자로부터 내정 통보를 받았다.

"함께 고생합시다"라는 당선자의 한마디에 하루종일 울고 또 울었다고 한다. 그는 '노풍(盧風)'의 진원지였던 광주 경선을 승리로 이끈 일등 공신이었다. 광주.전남지역 조직책임자로 임명돼 1년 이상을 전라도땅 구석구석을 누비며 '노무현'을 외친 결과였다. 그 공으로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후보 의전팀장에 발탁됐다.

전남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고 시간강사로 일하다 불혹의 나이에 김경천(金敬天)의원 보좌관으로 정치권에 뛰어든 지 6년 만이었다. 그러나 의전팀장으로 6개월간 盧후보의 그림자 역할을 하면서 기존 측근그룹으로부터 상당한 견제를 받아야 했다.

결국 지난해 10월 자신을 盧후보에게 소개해준 서갑원 현 청와대 의전팀장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다시 광주로 내려가는 아픔을 겪었다. 盧후보의 지지도가 15%대로 급락했을 때였다.

이런 사정으로 인해 梁실장의 청와대 기용은 盧캠프 내에서도 의미있게 받아들였다. 지금도 대부분 실업자로 남아있는 전국조직책들 중 유일한 청와대 입성이었기 때문이다. 식구들을 광주에 남겨둔 채 단신 상경한 그는 청와대 관사에서 숙식하며 외부출입을 삼갔다. 명함도 만들지 않았다.

잡음 많은 자리라는 주위의 충고를 의식해서였다. 그런 그가 또 6개월 만에 향응 시비에 휘말렸다. "'성공한 대통령을 만들겠다'는 호남지역 유권자와의 약속을 지키고 싶다"던 그의 다짐이 위기를 맞고 있다.

이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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