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파업 비상 걸린 날… 청주 가서 술 마시고 호텔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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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길승(梁吉承)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향응 접대 파문' 하루 만인 1일 사표를 제출키로 했다. 梁실장이 이처럼 빨리 사표를 제출할 수밖에 없는 경위는 이렇다.

그는 지난 6월 28일 오후 충북 청주를 찾았다. 철도노조가 이날부터 전면파업에 돌입, 청와대에 비상이 걸린 날이었다.

梁실장은 청주시 인근 청원군의 한 식당에서 오원배 민주당 충북도지부 부지부장 등 당원 50여명과 매운탕으로 저녁식사를 했다. 이어 梁실장은 吳씨 등과 청주시내에서 가장 큰 K나이트클럽으로 자리를 옮겨 술자리를 가졌다. 술자리를 마친 후 인근 R관광호텔 스위트룸에서 묵은 梁실장은 다음날 서울로 돌아왔다.

문제는 이 나이트클럽과 호텔의 소유주며 최근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李모씨가 술자리에 동석했다는 대목이다. 그래서 李씨가 경찰 수사를 무마해 달라는 청탁을 하기 위해 梁실장에게 향응을 제공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있다.

梁실장은 31일 해명자료를 내고 "(李씨가)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은 몰랐으며 술자리에서도 수사와 관련한 대화는 오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민경선 때 고생했던 사람들이 소원해 하니 부속실장이 내려와 격려해 달라는 吳씨의 요청으로 청주에 갔던 것"이라고 밝혔다.

梁실장은 술자리와 관련해서도 "저녁식사 후 상경하려 했는데 '이대로 헤어지면 서운하니 한잔 하고 가라'는 吳씨의 제안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지난달 초 충북지역 한 인터넷신문이 梁실장의 청주 방문 사실을 보도한 뒤 자체 조사를 벌였다.

그러나 이호철 민정1비서관은 "당시 기사가 향응에 초점을 맞춘 게 아니어서 술값이 얼마였고 누구와 마셨는지 등은 확인하지 않았다"며 "梁실장이 '경선 때 동지들을 만나 술 한잔 했다'고 해 경미한 사안으로 판단, 주의를 줬다"고 말했다.

그러나 梁실장의 청주 방문 행적에는 여러 의문이 있다. 우선 술자리와 숙박 비용을 누가 치렀는지가 불명확하다.

이호철 비서관은 "梁실장은 吳씨가 두 비용을 냈다고 하는데 정확한 것은 재조사해 봐야 안다"고 했다. 나이트클럽과 호텔을 소유한 李씨나 李씨와 연고가 있는 다른 지역 인사가 비용을 부담했을 경우 청탁 대가가 아니냐는 검증이 필요하게 된다.

현지에선 梁실장이 李씨의 차량을 이용해 상경했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어 "술자리에서 처음 인사를 나눴다"는 梁씨와 李씨의 관계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이호철 비서관은 "술자리를 함께 한 인사들도 모두 확인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盧대통령과 매우 친분이 두터운 한 측근 인사도 술자리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모임의 성격이 무엇이냐는 논란도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청와대 안팎에선 지방언론에 공개된 지 한달이 지난 사건이 뒤늦게 일부 중앙 일간지에 대서특필된 배경을 두고 특정대학 출신들의 제2음모설까지 나돈다. 8월 말 비서실 개편과 맞물려 누군가 부속실장 자리를 노려 의도적으로 언론에 흘린 게 아니냐는 얘기다.

특히 그 같은 내용을 보도한 기자가 청와대 취재와 전혀 무관하다는 점도 의혹을 부채질한다. 언론 유출 의혹을 받고 있는 부속실의 한 행정관은 보도 기자와 친구 관계고 보도 전날 그 기자와 통화한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유출 사실은 없다고 주장했다. 윤태영 대변인도 유출설과 관련, "전혀 실체가 없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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