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교체… 앞으로 1년|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가 >4<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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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88년2월25일의 평화적 정권교체실현이라는 지상목표는 이제 정확히 3백62일밖에 남지 않았다.
그때 가서 순조로운 정권교체가 이루어지려면 이 기간에 최소한의 중대한 정치행사만도 7단계를 거쳐야한다. 야권 주장대로 선택적 국민투표를 실시한다면 8단계가 된다.
즉 △개헌안의 국회통과 △국민투표 실시 △의원선거법 개정 등 새 헌법실시에 따른 관계법손질 △각당 공천작업 △차기 집권후보자의 가시화작업 △총선거 및 새국회 구성 △새정부 탄생 등이 그것이다.
여야가 개헌문제를 놓고 접점없는 대립을 지속하면서도 대체로 금년 6월까지 개헌이 매듭지어져야 한다는 시한인식에는 거의 일치하고 있는 것도 정치일정이 이처럼 빡빡하기 때문이다.
각당이 내놓은 개헌안과 현행헌법 및 관계법 규정을 종합해 현실적으로 개헌일정을 어느정도 늦출수 있는가를 역산해보면 여야가 타협할 시간적 여유가 얼마나 없는지 분명해진다.
현행헌법과 관계법 조항 및 민정당안 등을 종합해 순전히 이론적으로 따지면 개헌안의 발의에서 국민투표 실시 및 총선거까지의 법정 최소기간은 45일간이면 된다.
탁상에서나 가능한 이 한계시한은 △개헌안공고 87년11월14일 △개헌안통과 및 국민투표일공고 87년12월3일 △국민투표 확정공고 및 총선거공고 87년12월10일 △총선거실시 87년12월27일 △새 국회소집 88년1월6일 △새 대통령선출 88년1월10일 △새 수상후보지명 88년1월14일 △새 수상선츨 88년1월20일까지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것은 법정 요건상 단하루의 여유도 허용치 않은, 순전히 이론상으로만 가능한 모델일 뿐이다. 개헌안의 국회통과 이후에서 총선거 공고일까지의 8일간에 의원선거법 등 관계법손질, 각당 공천작업과 차기집권자의 부상작업등 도저히 현실성 없는 일정의 진행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대체로 무리없는 정권교체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차기집권자의 탄생은 늦어도 정권교체일 1개월전까지는 되어야 한다는것이 중론이다.
여당안대로 가령 내각책임제 개헌이 된다면 새 국회에서의 차기 대통령 및 수상 선출기간을 20여일은 잡아야하고 그에 앞선 총선거기간 역시 2O일은 걸린다고 봐야한다. 이렇게 볼때 아무리 늦춰 잡더라도 금년 12월2O일께까지는 총선거가 실시돼야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총선 일자는 연말연초의 들뜬 분위기나 혹한기는 피해야되며 너무 빨라도 곤란·미묘한 상황이 조성될 것이므로 금년 11월 하순에서 12월 상순까지가 적기라는 분석이다. 이럴 경우 선거공고는 11월2O일께까지 하면 된다.
개헌안 처리후 선거법협상 등 관계법 처리기간과 각당 공천 및 차기집권후보자의 가시화절차 등을 우격다짐식으로 병행, 소화하는데 1개월정도만 잡는다고해도 개헌안 공고에서 국민투표 확정까지의 법정 최소시한 27일간까지 감안하면 늦어도 9월말까지는 개헌안이 여야간에 합의되거나 최소한 공고돼야한다. 이것이 여권일각에서 9월말까지만 합의개헌이 될수 있다면 내년의 평화적 정권교체가 그런대로 이루어질 수 있다고 주장하는 논거이기도한데 아무래도 시간에 좇기는 작업이 될 수밖에 없다.
이같은 일정상정은 여야가 합의개헌 원칙합의 후 일사천리식으로 다른 모든 문제도 순리적으로 푼다는 대전제하에서만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일정은 여권이 합의개헌을 위해 버틸때까지 버티다가 합법개헌이라도 할 경우의 마지노선으로 생각하는게 더 타당할 것 같다.
그러나 이같이 한계시점까지도 개헌논의가 타결되지 않으면 일종의 정치위기상황이 조성될 수도 있고 이른바 「중대결단」이 나올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여권의 다수의견은 어떠한 경우든 늦어도 7월말, 8월초까지는 여야간에 개헌안 처리에 대한 합의기반이 완료되어야한다고 보고있다. 그래야만 최소한의 시간이나마 갖고 잇단 중대정치행사를 빡빡하게 치를 수 있을 것이라는 논리다.
이때까지 여야간에 개헌안처리에 합의하지 못한다면 여권은 최종적으로 가능하다면 합법개헌을 강행하든지, 호헌을 하든지 택일을 강요받게될 것이다.
최근 민정당의 고위인사들이 오는 6월말 또는 7월초까지는 합의개헌이 매듭지어져야 한다고 말하는 배경이다.
일정을 잡는데 있어서는 신민당과 두 김씨도 기본적으로는 민정당측과 비슷한 것같다. 두 김씨는 △상반기 중 개헌 △늦가을(11월초 추정)까지 대통령 및 국회의원 동시선거를 제시했다.
11월초까지의 총선거를 가정한다면 그들 주장대로 선택적 국민투표실시, 국회 헌특의 개헌안심의, 개헌안 처리, 국민투표 실시, 총선거까지 법정 최소한의 시한은 70∼80여일이 소요된다고 볼수있다.
그렇게 볼때 8월중으로 여야간에 합의상황이 조성돼야 하기는 마찬가지인 셈이다.
두 김씨 주장중 늦가을까지의 양대 선거실시는 현실정치의 미묘한 측면, 즉 차기 집권자의 조기결정에 따라 3∼4개월간 「하늘에 태양이 둘인 어색하고 어정쩡한 상황」이 조성된다는 국면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따라서 개헌이 어떻게 결말나든 이런 부자연스런 기간은 될수록 단축하는 선에서 선거일자가 결정될 공산이 짙다.
이같은 여야입장을 고려할때 되도록이면 상반기까지는 개헌을 매듭짓는게 최상책이다.
그러나 신민당의 지도체제개편이 5월로 예정된 만큼 그에따른 실세대화를 5, 6월중에 다잡아 해 늦어도 8월초까지 만이라도 합의개헌을 창출한다면 내년의 평화적 정권교체는 바쁘게나마 그런대로 이루어질 수 있을 것 같다. <이수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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