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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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이문열씨의 경우 최근장편으로 개작한 『사람의 아들』이 소실부문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한 것을 비롯, 『레테의 연가』 (5위)『젊은 날의 초상』 (6위)『황제를 위하여』(14위)등이 모두 서점가를 휩쓸고 있으며, 조성기씨도 『야훼의 방』에 이어 신작 『가시둥지』까지 13위에 올려놓았다.『접시꽃 당신』 선풍에 밀려 약간 주춤하고는 있지만 이해인수녀는 아직도 시집 3권을 베스트셀러 2, 3, 4위에 올려놓고 있고 수필집 『두레박』 까지 「이해인」 이란 유명세에 크게 힘입고 있다. 지난해부터 갑자기「수필의 여왕」이 돼버린 유안진씨의 인기는 갈수록 위력을 더해 비시소세부문에서 무려 4권의 수필집을 베스트 셀러에 올려놓고 있다.
이같은 작가위주 책 고르기는 인문·사회과학분야까지 확대돼 지난해 양심선언과 함께 대학강단을 떠나 화제를 모았던 김용옥전고려대교수의 『여자란 무엇인가』『동양학 어떻게 할것인가』『철학강의』가 여전히 잘 팔려나가고 있으며,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를 히트시킨「바스콘셀로스」는 그「이름」덕택에 『광란자』 『라임오렌지나무를 떠난 제제』 까지 베스트셀러에 진입시켰다.
이처럼 「작품」보다 「작가」를 더 선호하는 이유에는 여러가지 필연성이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상업적 유행심리를 부추김으로써 독서의 폭과 깊이를 크게 제한시킨다는 문제점등을 안고 있다.
그러나 세칭 「인기작가」와 거리가 먼 이문열씨의 경우는 아무래도 특이한 사례가 아닐수 없다.
비교적 내용이 어려워 대중성이 없는, 그것도 4∼6년전에 나왔던 책들이 최근 들어 갑자기 베스트셀러상위권을 석권하고 있다는 사실은 올 상반기 독서계에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문열선풍」처럼 대중적 인기와 관계없는 베스트 셀러의 확대등에 힘입어 지난해까지 정상을 고수했던 『단』『소설손자병법』 『영웅문』유의 대중소설이 급격히 퇴조하는 대신 순수소설 (특히 국내 창작소설)이 갈수록 잘 팔리고 있는 것도 2월 독서계의 특징.
아울러 지난해 독서계를 석권했던 『비밀일기』 『나의 라임…』 『광란자』 등 이른바 동화풍 책들의 열기가 아직도 뜨겁다는 사실은 독서 연령의 급속한 연소화 현상을 장기적으로 증명해주는 것이며 『사람의 아들』 『야훼의 밤』 『가시둥지』등 이른바 기독교소재의 소설들이 잘 팔리고 있음도 이채롭다.
시 분야에서는 무엇보다 이해인수녀의 아성을 무너뜨린 『접시꽃 당신』 이 최대의 화제. 숨진 아내에 대한 애타는 그리움을 서정적 통찰력으로 삶과 연관시킨 도종환시인의 이 시집은 소설·수필등을 포함한 종합집계에서도 단연 1위를 차지, 올 상반기 최대의 베스트 셀러로 예상되고 있다.
또 독자 설문조사를 토대로 만든 시선집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는 말은』 이 3년간 30판을 거듭, 아직까지도 베스트10에 들어 있다는 사실과 지난해 인기만화에 소개된 이후 갑자기 베스트셀러가 된「로트레 아몽」 의 『말도로르의 노래』가 꾸준히 팔려나가고 있음도 주목거리.
아울러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는 만시류 (이해인수녀의 시들도 신에 대한 사람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가장 본질적인 연시라 볼 수 있다) 외에 고은씨의 『만인보』, 김지하씨의 『애린』, 신경림씨의 『남한강』, 박노해씨의 『노동의 새벽』도 비교적 잘 팔리는 시집이다.
한편 이해인수녀의 시집들이 몇 년째 정상을 지키고 있는 것은 이른바 독서인구의 미묘한 세대교체에도 불구하고 그의 시가 특정한 정서적 욕구 충족을 기대하는 독서집단에는 일종의 전형으로 선택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기형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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