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서 성년후견인 첫 고발…동생 보험금으로 아파트 산 친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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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로 사지가 마비된 동생의 성년후견인이 된 친형이 동생 보험금으로 아파트를 구매했다가 검찰에 고발됐다.

제주지법 가사1단독(부장 이원중)은 15일 “현모(52)씨의 성년후견인인 친형 현모(53)씨에게 횡령 혐의를 적용해 제주지검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또 친형의 후견인 직무를 정지하고 아파트 소유권 중 보험금 인출액 1억2000만원에 상당하는 부동산 지분을 동생 명의로 즉시 이전할 것을 명령했다. 법원이 후견인을 검찰에 고발한 것은 2013년 성년후견제도가 도입된 이후 처음이다.

현씨는 동생이 2011년 교통사고를 당한 후 뇌변병장애로 사지가 마비되자 2014년 7월 동생의 후견인으로 선임됐다. 성년후견인은 피성년후견인의 재산을 관리하거나 법률행위의 대리권과 동의권 등을 행사할 수 있다.

현씨는 지난해 1월 28일 동생의 보험금 1억4454만원을 받고 열흘쯤 뒤 1억2000만원을 인출했다. 이후 8500만원을 대출받아 2억3500만원 상당의 제주시 연동 모 아파트 1채를 분양 받았다. 하지만 친형이 그해 2월 11일 이 아파트를 자신 명의로 소유권 이전등기를 한 게 문제가 됐다. 재산관리 권리는 성년후견인에게 주어지지만 해당 재산은 피성년후견인을 위해서만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법원은 형 현씨에게 "동생 명의로 지분을 이전 등기하라"는 문서를 보냈다. 하지만 친형은 "세금 등의 문제로 이를 이행할 수 없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오히려 "간병료를 받아야 한다"며 2억400만원 상당의 후견인 보수청구를 냈다.

이에 재판부는 친형의 후견인 직무를 정지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아파트 소유권 중 보험금 인출액인 1억2000만원에 상당하는 부동산 지분을 동생 명의로 즉시 이전할 것도 명령했다.
제주지법 관계자는 “모든 성년후견인들이 피성년후견인들에게 대한 신상정보와 재산관리를 투명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감독기관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성년후견인제는 질병·장애 등으로 인해 정상적인 의사 결정을 할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법원이 후견인을 선임하는 제도다. 기존 금치산·한정치산 제도를 대체한 것으로 2013년부터 시행됐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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