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G5회의와 세계경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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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 21일과 22일 파리에서 열린 G5 (선진5개국) G7 (선진 7개국) 회의 결과에 주목해야 한다.
이 회의의 합의내용을 보면 환율은 현 수준이 적절한 것으로 판단, 국제통화가치를 계속 안정시키고 대미 흑자선진국들이 내수확대를 도모해 세계경제의 불균형을 시정하는데 공동 노력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이 합의내용의 실천여하에 따라서는 세계 경제도 상당한 영향을 받게 될 것이 틀림 없다.
이번 선진국회의는 지난 85년 9월 개최 된 G5회의(미·일·서독·영국·프랑스의 재무징관, 중앙은행총재회의) 이후 세계경제를 재점검, 불균형을 시정해 보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열렸다. 미국이 주관했던 제1차 G5회의에서는 주로 부실 미국경제의 회복을 위해 선진국들이 국제통화 조정노력을 하는데 합의했었다. 선진국들이 미 달러를 약세로 반전시켜 미 무역 적자를 덜어 주려한 것이다.
그후 미국·일본·서독경제는 어떠했는가. 선진국들이 통화전쟁에 휘말리면서까지 엔·마르크·파운드 등 주요 통화시세를 끌어올려 놓았는데도 미국경제의 부실은 여전하다.
뿐만 아니라 국제통화 시세의 불안정으로 일본·서독 등은 경제가 큰 타격을 입게 되었으며 미국도 뒤늦게나마 통화조정만으로 미국경제를 치유할 수 없다는 인식을 갖게 되었다·.
이런 배경에서 미국·일본·서독은 그 동안 이번 G5·G7회담 개최 문제를 놓고 비밀협상을 벌인 끝에 회의개최에 성공한 것이다.
미국은 당초 회의개최에 소극적이었고 일본·서독은 적극적이었다. 미국은 경제 회복을 위해 자구노력과 함께 그래도 통화조정의 필요성이 있기 때문에 일본·서독 등이 통화안정문제를 들고 나온 G5· G7회담에 수동적이었다.
그러나 일본·서독은 환율불안정으로 경기후퇴 등 경제가 한계상황에 이르렀고, 세계경제 불균형 시정을 위한 종합처방이 필요하게 되어 G5·G7회담을 적극 추진했다.
미국의 입장에선 환율문제 외에도 기타 선진국들의 내수 진작책 등이 절실한 것으로 판단, 이를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여 이번 회담에 응한 것이다.
일본은 회담개최를 위해 재할인율, 예산조치 등 내수촉진을 위한 대책을 미국과 사전 약속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많다.
회담결과 채택된 공동성명 내용 중 주목되는 것은 통화를 현 수준에서 안정시키고 주로 대미 흑자국들이 내수확대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기로 약속한 점이다.
통화문제에 관해서는 미국이 구상한 레퍼런스 존 제 (참고환율대제)가 채택될 것으로 예상됐었으나 그 대신 「환율의 현 수준 유지」 선에서 합의가 이루어졌다.
내수진작은 무역 적자 축소 등 미국경제 회복문제와 관련시킨 것으로 앞으로 일본·서독 등 대미 흑자국들의 구체적인 조치가 있어야할 것이다.
이 같은 합의내용의 실효성은 미지수다. 미국의 무역흑자가 과연 크게 축소될 수 있으며 일본·서독 등이 얼마나 성의 있는 조치를 취할 것이냐는 의문 때문이다.
이번 회담의 합의내용을 우리는 아전인수격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국제통화마찰이 끝난 것으로 보아서도 안되고 선진국의 내수진작으로 우리가 곧 득을 볼 것으로만 생각해서도 안 된다. 이번 합의에도 불구하고 선진국 경제의 불균형 시정이 갈 안되면 통화전쟁은 재연 될 것이고 원화 절상과 통상압력은 더욱 가중될 뿐만 아니라 미국의 보호주의는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많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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