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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알맹이 빠진 미세먼지 방지 대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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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최준호 기자 중앙일보 과학ㆍ미래 전문기자 겸 논설위원
최준호 산업부 기자

최준호
산업부 기자

서울 한남대교를 넘어가는 출근길, 옆 차선 버스 측면에 한 화장지 회사의 미세먼지 방지 마스크 광고가 붙어 있다. 그러고 보니 마주보는 남산과 도심 하늘이 온통 희뿌옇다. 아직은 11월, 오색 단풍이 깊어가는 만추(晩秋)지만 어느샌가 청명한 하늘과 단풍의 조화는 만나기가 쉽지 않아졌다. 미세먼지 탓이 크다.

지난 11일 정부의 ‘과학기술 기반 미세먼지 대응 전략 발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환경부·보건복지부 관료들이 참석했다. 정부는 이 자리에서 2023년까지 사업장에서 배출되는 초미세먼지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이 과정에서 얻어지는 과학기술을 통해 총 47조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해 내겠다는 장밋빛 그림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날 부처 합동 발표에 대표적 주무부처라 할 수 있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이름은 어디에도 없었다. 미세먼지 대응 전략이 ‘범부처 미세먼지 연구기획위원회’와 두 번의 공청회, 부처 협의 끝에 만들어진 것이라고도 했는데, 왜일까. 올봄의 ‘미세먼지 난리통’을 기억하면 쉽게 답이 나온다. 사실 한국 미세먼지의 절반 이상은 중국의 황사와 대기오염 탓이지만 서쪽 하늘에 거대한 필터를 달지 않는 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결국 통제 가능한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충남 서해안에 늘어선 석탄화력발전소들이 꼽혔고, 급기야 잘나가던 디젤차와 불판에 오른 고등어까지 주범 중 하나로 거론되는 해프닝도 겪어야 했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문제가 뭔지를 알았다면 해답도 나오는 거다. 결국 환경부를 중심으로 오래된 석탄화력발전소의 가동을 중단하고 미세먼지를 덜 뿜는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의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환경오염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고려해 연료별 발전 비중을 조정해야 한다는 이른바 ‘환경급전’의 원칙이었다. 미세먼지로 한국에서 한 해 1600명이 조기 사망할 수 있다는 하버드대의 연구결과가 환경급전의 논리를 뒷받침했다. 하지만 원자력·석탄과 같은 싼 연료로 우선 발전해야 한다는 ‘경제급전 원칙’을 주장하는 산자부와의 이견으로 발전 비중 조정은 어려워졌다.

11일 오후 현재 전국 전력예비율은 40.6%다. 단순화하면 전국 발전소 10곳 중 4곳은 놀고 있다는 얘기다. 그 대부분이 LNG발전소들이다. 지난봄 미세먼지 난리통 이후 국민의 입장에서 아무것도 해결된 건 없다. 이 정부와 관계없는 7년 뒤 사업장 미세먼지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것과, 미세먼지가 47조원의 새로운 먹거리의 원천으로 떠오른다는 수사가 전부다. 이대로는 다가올 겨울 뿌연 하늘과 내년 봄 황사까지 뒤섞인 미세먼지로 겪어야 할 고통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최 준 호
산업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