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가족] 스텐트 시술 환자 31% 맘대로 약 끊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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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리포트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신동욱 교수팀

심근경색이나 협심증 같은 관상동맥질환자는 혈관에 스텐트를 삽입한 뒤 항응고제를 복용한다. 혈관이 다시 막히는 걸 예방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관상동맥 스텐트를 시술받은 환자 중 3분의 1은 임의대로 항응고제 복용을 끊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신동욱(조미희 전공의) 교수는 국민건강보험의 빅데이터를 사용해 스텐트 관상동맥 중재술 치료를 받은 환자가 항응고제를 권고 기간만큼 복용하는지를 조사했다. 2009~2011년 치료를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항응고제를 조기 중단하는 사회경제적 요인을 함께 분석했다.

우리나라에서 관상동맥 질환과 이를 치료하는 관상동맥 중재술을 시술받는 환자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고령화와 서구화된 식습관 탓이다. 심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힐 때 혈관을 넓히거나 뚫는 게 스텐트(원통형 금속 그물망) 시술이다. 관상동맥 중재술을 할 경우 대부분은 약물 방출 스텐트를 사용한다.

스텐트를 시술한 환자는 일정 기간 항응고제를 복용한다. 2007년 이후 미국 심장학회 등 여러 전문학회에선 약물 방출 스텐트를 사용하면 최소 1년간 아스피린, 클로피도그렐을 함께 복용하도록 권한다. 항응고제를 권고하는 기간만큼 꾸준히 복용해야 시술 후 발생할 수 있는 혈전·심근경색·돌연사 같은 치명적인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

그런데 이번 조사에서 관상동맥 중재술 후 1년 이내에 항응고제 복용을 중단하는 환자 비율이 31%에 달했다. 이는 종전 연구들에서 보고된 항응고제 조기 중단율에 비해 2~4배 높은 결과다.

관상동맥 치료 항응고제 1년 이상 먹어야

과거에는 대부분 임상연구를 시행하는 병원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주로 활용했다. 연구에 참여한 환자와 의료진은 약물 복용 기간이 모니터링된다는 점을 인지해 약물을 좀 더 잘 복용할 가능성이 높았다. 반면에 이번 연구는 일상적인 진료에서 처방된 내역을 이용해 환자들을 무작위로 추출했다. 또 별도의 연구용 모니터링을 하지 않아 환자들은 평소 습관대로 약물을 복용했다. 실제 상황을 좀 더 반영한 것이다.

신동욱 교수는 “관상동맥 질환은 시술 후 증상이 확연히 좋아져 환자가 임의로 약을 중단하는 경우가 흔하다”며 “그런 만큼 환자 추가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미국 심장학 저널’ 최근호에 실렸다.

이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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