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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여름나기 편지] 귀신고래를 기다리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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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기다리는 것은 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오지 않는 것을 알면서도 기다리는 것이 삶'이라며 시인 안도현은 울산 장생포 앞 바다에서 '고래를 기다리며' 라는 시를 썼습니다. 장생포 바다 사람들은 고래를 기다리다 지쳐서 매년 고래축제를 열고 있습니다. 모형 고래까지 만들어 놓고 왕년의 좋았던 시절을 추억합니다.

울산의 시노래패 '울림'은 고래의 노래를 만들어 부르고 있습니다. 그들의 홈페이지(www.woolrim.com)에 접속해보면 고래가 돌아오길 절규하는 젊은 목소리도 있고, 고래의 슬픈 울음소리도 있고, 울산 바다로 회유해오지 않는 오호츠크 해 귀신고래 사진도 있습니다.

하나의 종(種)이 사라지는 것은 하나의 희망이 사라지는 것입니다. 그 이름을 힘차게 불러 돌아오게 하는 그 일조차 하지 못한다면 다시는 아무런 희망을 가질 수 없게 될지 모릅니다. 그대, 울산 바다에 오시면 먼바다로 손 나팔을 하고 '귀신고래야!' 그 이름 한 번 힘차게 불러주시길.

정일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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