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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랄海 절반이 40년만에 뭍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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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BBC가 지난달 31일 공개한 중앙아시아의 아랄해 위성사진 한장은 세계적인 물 부족 현상을 웅변해 준다. 1960년대 이 지역 주민들이 목화밭 경작을 위해 아랄해로 흘러드는 물을 끌어다 쓰기 시작하면서 수량은 급격히 줄어들었다.

수량이 줄면서 해수면적도 절반으로 줄었고, 아랄해는 특유의 푸른 빛을 잃었다. 바다의 한 가운데 모래 덮인 바닥이 드러나 육지가 됐으며, 기후 조절 기능도 상실했다.

최근 유럽의 환경감시 위성이 찍은 아랄해의 모습(右). 바다의 면적이 절반 가까이로 줄면서 한가운데 소금 덮인 바닥이 드러났다. 왼쪽은 1985년 아랄해 모습. [BBC 웹사이트]

지난달 24일 교황은 극히 이례적으로, 공개 기우제를 올렸다. "비는 지상에 내리는 하느님의 사랑"이라며 전세계 가톨릭 신자들에게 "비를 내려달라고 기도하라"고 호소했다. 1782년 이후 가장 더운 여름에 시달리며 이탈리아 포강의 수위는 평소보다 8m나 줄어 바닥이 드러나 있다.

올 여름 유럽 전역이 수백년 만의 고온과 가뭄, 그에 따른 물 부족으로 말라가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의 농작물 수확은 절반으로 줄 것이란 소리가 나오고, 와인업자들은 "올해 포도 수확은 거의 절망적"이라며 울상이다. 물이 많고 맑기로 유명한 스위스에서조차 2백년 만의 이상 고온과 물 부족 사태로 급수차들이 산골 마을에 식수를 실어나를 정도다.

부자 유럽은 그래도 형편이 낫다. 가난한 방글라데시는 1억 인구가 생존의 위협을 받게 됐다. 방글라데시로 흘러드는 강의 상류를 차지하고 있는 인도가 최근 물줄기를 돌리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인도는 지난 주말 대륙의 젖줄인 갠지스강과 브라마푸트라강의 물줄기를 가뭄에 시달리는 남서부로 돌리는 대규모 토목공사 계획을 내놓았다. 14년에 걸쳐 강물의 3분의 1을 다른 곳으로 돌릴 방침이다.

방글라데시는 인도에서 흘러드는 물로 쌀농사를 짓고 있으며, 그 물은 곧 식수이기도 하다. 방글라데시는 이미 76년 인도가 갠지스강에 댐을 만들면서부터 심각한 물 부족에 시달려 왔다.

하지만 인도는 자국민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인도에서도 고온과 가뭄이 계속돼 지난 25년 사이 국민 한 사람이 1년간 사용하는 물의 양이 5천㎥에서 절반 이하인 2천2백㎥로 줄어든 탓이다.

최근 중국 동북부 지방이 급속히 산업화되면서 동아시아 대륙의 물 부족도 피부에 와닿기 시작했다. 중국 동북부 지역 농토 4백30만㏊가 황폐화됐고, 이 지역 4백만명 이상이 식수가 모자라 허덕이고 있다. 여름철에는 홍수가 일어나지만 황허(黃河)는 15년간 계속된 강수량 부족과 공업용수 끌어들이기로 최저수량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중이다.

◆목 타는 지구=지구상 물의 불균형도 문제다. 지구 표면은 70%가 물이지만 실제로 쓸 수 있는 담수는 그 중 2.53%에 불과하다. 그나마 3분의 2는 만년설이나 빙하로 돼 있어 사용할 수 없다. 결국 1%의 물이 인류를 먹여살리는 셈이다.

그나마 인구분포에 대비해 볼 때 아시아 대륙이 가장 열악하다. 인류의 60%가 모여 사는 아시아에 전체 담수의 36%밖에 없다. 남아메리카 대륙은 6%의 인류가 26%의 물을 차지하고 있다.

유엔 세계 수자원개발 보고서에 따르면, 지금과 같은 추세로 나갈 경우 2020년이면 한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평균 물의 양은 현재의 3분의 1로 준다. 지금부터 잘 대처한다 해도 20억 인구는 물 부족에 시달려야 한다. 그 결과 과거의 인류가 불을 놓고 전쟁을 했다면, 미래의 인류는 물을 놓고 전쟁을 벌이는 비극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런던=오병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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