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추도회」와 신민·재야의 입장|대회후의 향방엔 이견|장내협상에 우위확보로 연결 규소재야·국민동원 발판으로 삼아 동교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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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국의「태풍의 눈」으로 등장한 2·7명동성당 박종철군 범국민 추도회를 하루 앞두고 여야가 초긴장상태에서 그 추이에 온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여당측이 「추도회의 정치적 악용」「민중혁명을 기도하는 불순한 집회」로 몰아 붙이는 가운데 신민당과 재야측은 대회의「결사적 강항」을 부르짖고 있다.
이처럼 여야와 온 국민, 그리고 내외의 이목이 이 추도회에 집중되고 있는 것은 이 대회가 앞으로 개헌정국의 흐름을 가름할 큰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11·29 서울대회의 무산으로 좌절에 빠져있던 야권으로서는 이번 추도회를 개헌정국의 주도권을 다시 장악하는 결정적 계기로 삼고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서울대회의 좌절 후 「이민우 구상」, 당 체제 정비론, 비주류의 결속 등으로 사분 오열의 위기에 처했던 신민당은 이번 추도회를 계기로 재야로부터의 신뢰를 회복하고 전열을 다시 동교·상도동의 주류중심으로 정비해 갈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 야권내의 「이단세력」처럼 여겨져 왔던 재야폭도 이번에 그들의 역량을 과시함으로써 「정치적인 실체」로서의 영향력을 행사할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때문에 신민당측의 주류와 재야로서는 이번 대회의 성패가 곧 바로 그들의 개헌정국을 이끌어갈 수 있느냐, 없느냐의 여부와 직결된다고 보고 있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다만 2·7추도회를 다같이 하나의 전기로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그후의 정국운영 방향에 대해서는 계파간, 야권내 각 세력간의 견해가 일치하지는 않고 있다.
우선 상도동등 온건파 등은 이번 대회를 임시국회 등 장내진입으로 몰아가는 발판으로 삼으려는 입장이다. 반면 동교동계는 이번 대회를 범국민운동기구의 구성과 국민동원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생각인 것 같다.
동교동의 이 같은 전략은 최근 부쩍 정치화하고 있는 일부 재야세력과의 연계 움직임으로 나타나고 있고, 일부에서는 신당출현의 가능성까지도 배제하지 않는 미묘한 양상이다.
상도동 측의 김영삼 고문은 『이번 추도회가 범 야권의 공동주최인 것은 사실이나 정치적 행위에 대한 책임은 신민당이 져야하고 주도권도 마땅히 신민당이 가져야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이 같은 발언은 추도회 이후의 국면전개를 신민당 중심으로 원내화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상도동 측은 2월중 임시국회를 소집해 부산복지원사건·인권특위구성 등의 호재를 계속 들춰내고 이를 통해 개헌협상에서 우위를 확보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동교동계는 계속 고문규탄대회·지구당별 보고대회 등 인권문제로 밀어붙여 3월3일의 박종철군 49재와 학원과 근로자들의 춘투로까지 연결시켜 「국민의 힘」을 정치의 전면에 직접 끌어들인다는 전략이다.
따라서 2·7대회가 끝난 후 신민당의 이런 정리되지 않은 요소들이 갈등할 경우 당내에서 심각한 노선투쟁이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신민당과 민추협은 6일상오 각각 비상확대간부회의와 의원총회, 그리고 실무자회의를 갖고 추도회 당일의 행동요령을 시달하며 대회 성사를 최종점검.
신민당은 소속의원 90명을 10개조로 편성, 시민동참을 호소하는 전단 2만여장을 시내 곳곳에 살포할 작정이고 민추협의 회직자들도 전단을 들고 거리로 나서는 등 막바지 육탄홍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신민당은 지금까지 리번 20만개·전단 1백만장을, 민추협도 4일 16만장의 전단을 25개조가 가두배포하고 「민주통신」등 대회유인물 30여만장을 뿌려 사전홍보를 마무리.
이들은 지난 「서울대회」때 인력의 분산배치가 패배(?)를 가져왔다고 보고 이번에는 하오 1시 미도파백화점 앞으로 집결지를 단일화하고 그 이후의 행동도 같이 하기로 결정.
신민당은 특히 각 지구당별로 서로 다른 7색15종의 리번(비표)을 5백개씩 나누어주는 등 인원동원에 안간힘을 쓰고있다. 김대중씨는 서울시 출신 의원들에게 『대회이후 논공행상을 할 생각이니 비상한 각오로 임하라』고 경고성 독려까지 했다는 것.
○…그러나 추도준비위측의 속걱정은 과연 7일 하오2시 이런 행동지침이 얼마나 실천될 수 있을까 하는 점.
한 관계자는 『우리의 주목표는 명동성당 안에서의 행사가 아니라 자동차의 동시경적, 각종 종교단체의 타종 등 국민참여의 유도에 있다』고 설명하고 있는데 그 만큼의 국민호응이 있겠느냐는 것이 문제라는 것.
준비위측은 이미 6만명을 넘어선 준비위원, 7개 은행 온라인구좌를 통한 모금액 6백28건 2백41만원 등으로 보아 국민호응은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준비위측은 동원인원으로는 민헌연 5백명, 민추협 1천5백명, 신민당 5천명, 민가협 1백50명 등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당국의 압도적인 원천봉쇄 방침에 신민당이나 재야모두 내심 인력동원엔 장담을 못하고 있다.
특히 재야측은 이번 기회에 조직력이 미미하다는 쪽으로 재야의 실체(?)가 드러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걱정하는 눈치다. 관계자는 『비록 서명준비위원이 6만명을 넘어섰다고 하나 실제 조직동원 가능한 숫자는 10%도 채 안될 것』이라고 걱정.
따라서 준비위측은 『이번 대회가 끝나면 공개평가대회를 갖고 부문별 잘잘못을 가리는한편 이번 대회를 계기로 준비위가 범국민민주화 운동본부로의 질적 고양을 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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