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투자자는 유상증자 참여 못한다…공매도, 공시제도 개선방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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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공매도 거래를 한 투자자는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못하게 된다. 현재 자율공시 항목인 기술이전이나 특허권 관련 중요사항은 의무공시로 바뀐다.

금융위원회는 10일 이같은 내용의 ‘공매도·공시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공매도를 활용한 불공정 거래나 기업의 늑장공시로 인해 일반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는 일을 막겠다는 취지다.

금융위는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유상증자 기간(공시일~발행가격 결정일)에 공매도 거래를 한 투자자는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것을 제한키로 했다. 공매도 투자자가 직접 유상증자 청약에 참여하는 것은 물론 다른 사람 명의로 증자에 참여해서 주식을 양도 받는 방식도 제한한다. 이를 위반하면 5억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한다. 이러한 제도는 유상증자가 결정된 종목이 공매도 세력의 먹잇감이 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공매도로 인위적으로 주가를 떨어뜨린 뒤 유상증자에 참여하면 낮은 가격으로 신주를 취득해서 차입한 주식을 되갚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현대상선이 구조조정 차원에서 유상증자를 발표한 뒤 공매도가 급증하면서 주가가 반토막 났던 것도 외국인과 기관을 중심으로 한 공매도 세력 때문이었다. 반면 개인투자자는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을 앉아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금융위 관계자는 “미국과 일본의 규제사례를 참고해 공매도 투자자가 증자에 참여해 과도한 무위험 차익을 얻는 것을 제한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비정상적으로 공매도가 급증하는 종목은 다음날 하루 동안 공매도 거래를 제한하는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도’도 도입된다. 예컨대 당일 공매도거래가 거래대금의 20% 이상이고, 주가가 5% 이상 떨어졌고, 공매도 거래 비중이 과거 40거래일 평균보다 100% 이상 증가한 경우 ‘공매도 과열종목’으로 지정된다. 현재 ‘거래일 후 3일’인 공매도 잔고 공시 기한은 ‘거래일 후 2일’로 단축된다. 대량보유자의 공매도 잔고 공시제도가 지난 7월 시행됐지만 실제 거래와 공시 시점의 차이로 인해 투자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그동안 많았다.
한미약품의 늑장공시로 인해 논란이 됐던 공시제도도 한층 강화된다. 일단 기술이전 등 상장사가 자율공시한 사항을 정정하는 공시의 경우엔 그동안 사유 발생 다음날 오후 6시까지 하면 됐지만 앞으로는 당일 오후 6시까지 공시해야 한다. 장 종료 뒤에 사유가 발생한 경우라도 다음날 오전 7시 20분까지는 공시가 이뤄져야 한다.

현재는 자율공시로 분류된 항목 중 투자판단에 중요한 정보는 단계적으로 당일에 공시해야 하는 의무공시 항목으로 바꿔나가기로 했다. 특히 기술이전·도입·제휴계약과 특허권 취득·양수·양도 관련 중요사항은 올해 안에 의무공시로 바뀐다. 공시를 위반한 상장사에 대한 제재금액은 대폭 높이기로 했다. 현재 공시위반 제재금은 코스피 기업은 최대 2억원, 코스닥은 1억원이지만 앞으로는 코스피 10억원, 코스닥 5억원으로 올라간다. 특히 고의·중과실로 인한 공시위반은 최고 수준의 금전 제재를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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