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사오정] 트럼프 당선 혼란의 9일 대한민국

중앙일보

입력

‘정지척 이단아’ 트럼프가 백악관에 입성했다. 미국의 45대 대통령 선거 개표 결과가 실시간 보도된 9일(이하 한국시간) 국내는 하루종일 소용돌이 속에 있었다.

이날 증시는 롤러코스터였다. 미국의 선거운동이 진행되는 동안 돌발행동을 이어가며 시장의 불안심리를 키우는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가 민주당 클린턴 힐러리에 앞선다고 평가되면 리스크오프(위험자산 회피) 분위기가 형성돼왔다. 신흥국 통화로 위험자산에 속하는 원화는 트럼프 쪽으로 기울면 약세를 나타냈다. 하지만 보다 안정적이다고 평가받는 클린턴은 리스크온(위험자산 선호)으로 인식됐다.

미국 뉴욕에서 45대 대통령 선거 개표 결과가 지켜보는 트럼프(왼쪽)ㆍ클린턴 지지자들. 한국시간 9일 오전까지만해도 클린턴 승리가 유력하다고 전해졌다.이에 이 시각 양 캠프 분위기는 달랐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초초해했고,클린턴 지지자들은 웃고있었다. [AP=뉴시스]

미국 뉴욕에서 45대 대통령 선거 개표 결과가 지켜보는 트럼프(왼쪽)ㆍ클린턴 지지자들. 한국시간 9일 오전까지만해도 클린턴 승리가 유력하다고 전해졌다.이에 이 시각 양 캠프 분위기는 달랐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초초해했고,클린턴 지지자들은 웃고있었다. [AP=뉴시스]

한국시간으로 이날 오전까지는 클린턴이 우세하다고 보도됐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승리에 무게를 둔 영향으로 전일(1135.0원)보다 6.0원 내린 1129.0원에 출발했다. 이날 오전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4.70포인트(0.23%) 오른 2008.08로 출발한 뒤 상승세를 이어가다 2010선(2015.23)을 밟기도 했다. 코스닥 또한 전날보다 2.34포인트(0.37%) 오른 626.53에 개장했다.

한국시간으로 오전 11시 이후 트럼프(왼쪽)와 클린턴의 캠프 분위기는 역전됐다. [로이터=뉴스1]

한국시간으로 오전 11시 이후 트럼프(왼쪽)와 클린턴의 캠프 분위기는 역전됐다. [로이터=뉴스1]

하지만 오전 11시 쯤 트럼프가 플로리다ㆍ오하이오 등 경합 지역에서 선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가는 급락하기 시작했다. 코스피는 11시 이후 급격한 하강 곡선을 그렸다.

미 대선 캠프 분위기도 이 시각 역전됐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환호했고, 클린턴 지지자들은 침묵했다. 이 시각 이후 AP와 로이터 등 외신이 전송해온 사진들 중 클린턴 지지자들이 웃는 모습은 한장도 없었다.

오후 들어서는 분위기가 트럼프로 완전히 기울기 시작했다.

오후1시 45분 트럼프는 NBC방송 기준으로 힐러리에 앞섰다. 이 시각 트럼프가 얻은 선거인단은 244명, 힐러리가 확보한 선거인단은 209명이었다.이 시각 기준 원ㆍ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7.2원 오른 1153.00원에 거래됐고, 코스피는 1940대까지 폭락하고 있었다.

미 대선 결과가 한국 경제 외교 안보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 방향을 정하기 위한 당정협의가 9일 오후 3시 국회 정책위회의실에서 열렸다. 오종택 기자

미 대선 결과가 한국 경제 외교 안보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 방향을 정하기 위한 당정협의가 9일 오후 3시 국회 정책위회의실에서 열렸다. 오종택 기자

트럼프의 역전에 따른 금융시장 이변을 감지한 한국은행은 이날 오후 2시 이주열 총재 주재로 긴급회의를 열고 시장 점검에 나섰다. 이 시각 코스피는 1930선까지 밀려나고 있었다. 코스닥 지수 또한 580선으로 떨어졌다. 국회도 긴급하게 움직였다.이날 오후 3시 미 대선 결과가 한국 경제 외교 안보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 방향을 정하기 위한 당정협의가 국회 정책위회의실에서 열렸다. 정부에선 윤병세 외교장관이 참석했고, 새누리당에선 정진석 원내대표와 박명재 사무총장 등이 참석했다.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된 9일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모두 폭락했다.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이날 코스피 종가가 전광판에 적혀있다. 김경록 기자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된 9일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모두 폭락했다.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이날 코스피 종가가 전광판에 적혀있다. 김경록 기자

오후 3시30분. 이날 코스피는 기관 매수세가 강해지면서 장 막바지에 낙폭이 다소 회복돼 전날보다 45포인트(2.25%) 내린 1958.38에 마감했다. 이날 낙폭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개표일이었던 지난 6월24일 이후 최대치였다. 당시 코스피는 전날보다 61.47포인트가(3.09%) 하락한 1925.24포인트로 마감했다. 미 대선 결과에 따른 이날 코스피는 지난 2011년 11월 이후 4년 여만의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코스닥은 한때 6.7% 이상 하락해 580선을 위협받았지만 장 후반 낙폭을 회복,전날보다 24.45포인트(3.92%) 내린 599.74에 마감했다. 코스닥 지수 또한 브렉시트 당일 지수가 전날보다 5% 가까이 급락해 647.16에서 마감한 것보다는 충격이 적었다.

대외경제장관회의가 9일 오후 4시30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유일호 부총리 주재로 열렸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얼굴이 어둡다. 신인섭 기자

대외경제장관회의가 9일 오후 4시30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유일호 부총리 주재로 열렸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얼굴이 어둡다. 신인섭 기자

더불어민주당도 9일 오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된 데 따른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고위전략회의를 열었다. 박종근 기자

더불어민주당도 9일 오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된 데 따른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고위전략회의를 열었다. 박종근 기자

트럼프의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을 앞둔 오후 4시30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는 유일호 부총리 주재로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는 증시하락 등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비하기 위해 예정보다 30분 일찍 시작했다.

트럼프가 9일 오후 4시 50분(한국시간) 뉴욕선거본부에서 승리를 선언하며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고 있다. [AP=뉴시스]

트럼프가 9일 오후 4시 50분(한국시간) 뉴욕선거본부에서 승리를 선언하며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고 있다. [AP=뉴시스]

이날 오후 4시 44분 트럼프의 당선이 확정되었다는 속보가 이어졌다. 오후 4시 50분 시각 뉴욕선거본부에서 트럼프는 가족들 앞에서 수락연설을 하며 승리를 선언했다.

공화당 미 대통령 후보 트럼프가 가족들 앞에서 대선 승리를 선언하며 연설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는 가족들의 이름을 한명씩 부르며 감사의 말을 했다. [로이터=뉴스1]

공화당 미 대통령 후보 트럼프가 가족들 앞에서 대선 승리를 선언하며 연설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는 가족들의 이름을 한명씩 부르며 감사의 말을 했다. [로이터=뉴스1]

트럼프는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며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며 “클린턴으로부터 축하전화를 받았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이 자리에서 “상처와 갈등을 치유하고 모든 미국인이 지혜를 한곳에 모을 때”라고 말했다.이어 “모든 미국민을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덧붙였다.

조문규 기자 chomg@joongang.co.kr
사진 신인섭ㆍ오종택ㆍ김경록 기자, 뉴시스ㆍ[AP=뉴시스]ㆍ[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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