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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45대 대통령, 트럼프] 트럼프 정권에 누가 입각하나 보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 공화당 경선주자 도널드 트럼프(앞줄 오른쪽)가 16일 마이크 펜스 인디애나 주지사를 부통령 후보로 공식 지명했다. 뒷줄은 왼쪽부터 장녀 이방카와 사위 재러드 쿠시너, 큰며느리 바네사.

미국 공화당 경선주자 도널드 트럼프(앞줄 오른쪽)가 16일 마이크 펜스 인디애나 주지사를 부통령 후보로 공식 지명했다. 뒷줄은 왼쪽부터 장녀 이방카와 사위 재러드 쿠시너, 큰며느리 바네사.

'트럼프의 사람들'을 논할 때 거의 모든 미국 언론이 최상위로 꼽는 건 바로 '트럼프 패밀리'다. 부인 멜라니아를 비롯해 장녀 이방카, 장남 트럼프 주니어, 차남 에릭 트럼프는 이번 대선전에서 거의 '원맨 플레이'를 한 트럼프의 버팀목이 됐다. 이 중 트럼프는 출중한 미모와 언변, 차분한 성격을 지닌 이방카를 가장 총애한다고 한다. 공식이나 비공식적으로 트럼프의 자문역을 맡을 전망이다. 또 트럼프의 사위이자 이방카의 남편인 제러드 쿠시너(35)가 차기 트럼프 정권의 핵심 실세가 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버드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뉴욕대 로스쿨에 다니던 쿠시너는 부친이 교도소에 수감되자 25살의 나이에 사업을 대신 경영했다. 같은 해 주간지 '뉴욕 옵서버'를 1000만 달러에 인수하고 이듬해에는 뉴욕 맨해튼 5번가의 18억 달러(약 2조원)짜리 건물을 구입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 5월 트럼프가 정권인수위원회의 구성을 쿠시너에게 맡겼을 정도로 신뢰를 얻고 있다. 쿠시너 본인도 정치에 뜻이 있다고 전해진다.

맨 손으로 시작한 트럼프를 곁에서 도운 선대위 캠프 인사들은 트럼프 당선의 일등공신이다. 캠프 최고경영자(CEO)로 극우 매체 브레이트바트 설립자인 스티브 배넌은 "트럼프보다 트럼프답다"는 말을 들을 정도의 골수 강경파다. 투자은행 골드먼삭스 출신으로 정치 경력이 전혀 없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핵심 고문을 맡아 무역·이민·테러 대책 등을 근본부터 뜯어고치는 작업을 진두 지휘할 가능성이 크다.

외교안보 분야에선 마이클 플린 전 국방정보국(DIA) 국장이 중심에 있다. 그는 외교 문외한인 트럼프의 안보 가정교사 역할을 해 왔다. 트럼프가 정보당국으로부터 안보 브리핑을 들을 때도 배석해왔다. 국가안보보좌관 내지 국방장관으로 거론된다.

상원의원 중 가장 먼저 트럼프를 공개 지지 선언한 제프 세션스도 외교안보 정책을 조언해 왔다. 지역구(알라바마)에 현대자동차 공장이 있어 한국과 친분이 깊지만 트럼프가 주장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주장을 옹호해 왔다. 국무장관으로도 거론되나 그 보다는 법무장관으로 기용될 공산이 크다.

트럼프가 미 주류 언론으로부터 몰릴 때마다 TV에 출연해 격하게 트럼프의 입장을 대변해 왔던 변호사 출신 켈리엔 콘웨이 선대본부장은 백악관 대변인 자리가 유력하다. 트럼프의 '문고리 권력'으로도 불리는 27세 여성 호프 힉스는 뉴욕의 컨실팅회사 근무 당시 이방카와 함께 일한 인연으로 트럼프 그룹에 합류한 인물. 대선에 뛰어든 트럼프가 힉스를 콕 찍어 수행비서와 언론대응 보좌역을 맡겼을 정도로 신임이 두텁다. 백악관 공보비서관으로 발탁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캠프 외곽에서 트럼프를 도운 인사들도 상당수다. 그 중 양대 산맥은 코리 르완도스키 전 선대본부장과 정치 전략가인 로저 스톤이다. 르완도스키는 보수정치단체인 '번영을 위한 미국'의 국장을 맡으며 주로 워싱턴 외곽을 전전하던 아웃사이더 출신. 2년 전 한 행사장에서 트럼프를 처음 만나 이후 "헤어스타일만 다를 뿐 트럼프와 빼다 박았다"는 평가를 들으며 최측근으로 군림했다. 지난 6월 조직 내 불화를 일으켜 캠프를 떠난 뒤에는 CNN방송의 평론가로 '트럼프 광팬'을 자처했다. 폴리티코는 "트럼프에 대한 충성심이 과도해 이방카 등 가족들이 견제하기도 하지만 트럼프가 워낙 총애해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발탁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르완도스키가 트럼프의 수족이라면 두뇌 역할은 스톤의 몫이다. 79년 트럼프가 뉴욕 카지노 사업 확장을 위해 스톤을 로비스트로 고용했고, 이후 30여년 동안 스톤은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트럼프의 컨설턴트 역할을 해 왔다. '흑색 선전의 귀재'로도 불린다. 96년 밥 돌 당시 공화당 후보의 대변인을 맡기도 했다. 이번 선거에서 트럼프의 승리를 몰고 온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 America Great Again)' 'FTA 폐지'란 구호도 스톤의 머리에서 나왔다. 등에 리처드 닉슨의 초상을 문신으로 새기고 있다.

그 밖에 경선 탈락 뒤 트럼프를 도운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 신경외과의 출신 벤 카슨도 각료 후보로 거론된다. 또 선거전 중반부터 '클린턴 저격수'를 자처하던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 시장은 국토안보부 장관이나 백악관 선임보좌관을 맡아 원로로서 국정운영 전반을 조언할 가능성이 크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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