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고로 수출 18% 신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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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3저 현상에 힘입어 우리경제는 예상했던 것 이상의 순행을 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외 모든 부문이, 그리고 곳곳마다 잘 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늘진 곳이 있고 어려운 문제를 안고 있는 곳도 많다. 경제비중이 높은 주요지역 및 공단을 찾아 어떻게 돌아가고 있고 무엇이 문제인지 점검해본다. <편집자주>
「제2도시」부산이 요즘들어 명실상부한 제외치를 되찾기 위해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부산의 각계각층 인사들이 참여한 부산발전협의회가 구성되고 시에는 현안문제대책반이, 민정당에는 지역균형발전중앙단이 각각 구성돼 부산지역경제 활성화대책을 내놓는 등 이 지역의 모습을 새롭게 바꾸기위한 작업이 한창이다.
80년대 들어서부터 부산을 거점으로 했던 럭키금성그룹계열의 대공장들이 하나둘 외지로 빠져나가고 특히 재계에 엄청난 충격파를 던져주었던 지난 85년초의 국제그룹공중분해이후 부산에는 대기업다운 대기업은 자취를 감추었다.
이에 따라 국내수출에서 부산이 차지했던 비중도 지난 76년 22.2%에서 작년에는 14.2%로매우 낮아졌다.

<대공장들 빠져나가>
부가가치가 낮은 노동집약적 중소기업만 남고 쓸만한(?) 대기업들은 이 지역을 빠져나간 결과인 셈이다.
그 동안 부산경제를 이끌어왔던 주력업종은 조선·합판·신발 등. 이 가운데 대명사격인신발쪽만 그런대로 제몫을 해내고 있을 뿐 나머지는 이 지역 곳곳에 주름살만 지워준 채 사양길을 걷고있다.
국내신발의 90%이상을 생산하고있는 부산은 다행히 지난 85년 하반기 이후 신발쪽 경기가 호황을 누려 그 덕을 많이 보고있다. 작년에도 미국쪽의 주문이 여전한데다가 엔고로 대일·대유럽 수출이 계속 늘어 전년비 18%의 신장세를 유지했다.
이에 따라 신발메이커의 숫자도 85년말 1백80개에서 1년사이 20여개가 늘어난 2백여개로 신규업체의 가세가 활발한 편이다.
그렇지만 당장 경기가 좋은것만 믿고 신발공장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데 대한 우려도 많다.
종업원1백80명의 납품업체기영우의 이철규이사는 『상반기 중 주문물량은 이미 확보 돼 있어 지금은 잔업까지 하고 있지만 원자재가격의 상승과 과당경쟁으로 채산성이 악화되고 있는데다 언제 물량이 줄어들지 몰라 불안한 상태』라고 말했다.
또 부산상의 금정상조사부장도『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고조에 따른 신발류 쿼터제 실시여부가 변수로 남아있는데다 신제품개발을 위한 기술개발투자가 여의치 않아 앞으로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부분 중소하청업체>
자금사정이 좋지 않은 중소하청업체가 대부분이어서 항상 불안하다는 얘기다.
인구 3백60만명의 거대도시 부산이 이처럼 신발경기에 웃고 우는 취약한 산업구조를 갖게된데는 여러가지 요인이 복합돼있지만 우선은 입지적인 악조건 때문.
이 같은 문제점을 치유하기 위해 부산시는 고부가가치의 기술집약형 산업유치를 목표로 진작부터 낙동강 하구쪽에 임해공단조성을 건의해왔다.
이번에 이 건의가 받아들여져 규모가 2백50만평으로 당초목표(5백14만평)의 절반으로 줄긴했지만 오는 연말께 매립공사에 착수하게 될 명지공업단지가 조성, 업체입주가 시작되면 상태가 많이 호전될 것이라는 게 부산발전협의회쪽의 견해다.
이와 함께 부산시민은 물론 이 지역을 찾는 사람들을 짜증스럽게 만드는 전국 제1의 교통난도 적잖게 풀릴 기미다.
현재 가뜩이나 좋지 않은 시내교통난을 더욱 가중시키고있는 지하철공사가 오는 5월이면 2단계공사까지 마무리되고 기존철도를 전철화, 지하철과 연계시킬 계획이 추진 중에 있기 때문이다.

<지하철 채무 예산2배>
또 부산의 대표적인 교통체증지역으로 꼽히는 만덕터널도 우회도로를 신설 또는 확장, 교통체증을 덜 방안도 마련중에 있다.
이처럼 전망이 장미빛이라고 해서 부산에 걱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막대한 엔화차관을 비롯한 지하철 채무가 시 예산의 2배가 넘는 1조3천억원 규모에 이르고 있지만 이에 대한 대책이 전무한 실정이다.
이와 함께 지난 2·12 총선의 결과에서 은연중 비쳤지만 시민들의 대다수가 그 동안 이 지역에 대한 푸대접(?)으로 「풍요속의 빈곤」을 느끼고 있어 이에 대한 정부쪽의 대안마련이 시급하다고 동아대 김모교수(36) 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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