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일 골맛 "3년만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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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통 그라운드에 골 소나기가 쏟아졌다. 22골. 올시즌 최다 기록이다. '진공청소기' 김남일(전남)은 2000년 4월 29일 이후 3년 만에 K-리그 두 번째 골을 넣었다. 대구에 1-3으로 뒤지던 경기를 4-3으로 뒤집은 대역전 드라마의 마무리 골이었다. 대전 김은중도 두 골을 넣어 홈 승리를 이끌었다.

대전과 광주의 경기는 대전의 힘을 느끼게 해줬다. 첫째는 수비에서 미드필더를 거쳐 최전방까지 순식간에 연결되는 탄탄하고 짧은 패스. 주승진에서 시작된 공격은 수비형 미드필더인 김정수를 중심으로 1,2단계의 패스를 거쳐 공격형 미드필더인 이관우에게 까지 연결된다.

여기까지가 '공격 1단계'다. 이관우에게서 시작되는 '공격 2단계'부터는 '번개'다. 김은중과 김종현이 좌우로 위치를 바꿔가며 이관우로부터 '급식'을 받는 즉시 슛을 뿜어낸다.

두 번째는 수비진의 활발한 공격 가담. 왼쪽 수비 주승진은 빠른 발을 이용해 순식간에 상대 오른쪽 골라인까지 치고 나간다. 홍광철도 마찬가지다. 깊숙이 처져 있다가 어느 틈엔가 공격으로 나선다.

대전의 또 다른 강점은 관중의 '축구 사랑'이다. 홈경기가 있는 날, 대전은 축구도시로 변한다. 많은 시민이 축구 얘기를 입에 달고 산다. 대전월드컵경기장을 찾은 황학숙(45.주부)씨는 "우리 동네 사람들은 대전 홈경기가 있는 날만 기다려요"라고 말한다.

이 세 가지 강점은 삼각파도를 이뤄 상대방을 무섭게 메어친다. 전반 9분 김정수로부터 한순간에 공을 넘겨받은 김종현은 김상식이 팔을 잡고 늘어지는 것을 뿌리치고 강한 왼발슛으로 공을 골문 왼쪽 구석에 꽂았다.

전반 24분 수비수 홍광철이 수비수 2명을 넘기는 찌르기 패스를 김종현에게 연결했고, 김종현은 중앙의 김은중에게 공을 낮게 깔아 연결해 득점포를 만들어냈다. 김은중은 후반 31분 김정수의 크로스를 골문 왼쪽에서 넘겨받아 멋진 대각선 슈팅을 골문 오른쪽에 박았다.

1위 울산은 꼴찌 부천과 0-0으로 비겼지만 2위 성남이 수원에 덜미를 잡히는 바람에 선두를 지켰다.

울산의 도도와 최성국은 K-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공격진 중에 하나라는 찬사에 걸맞지 않은 플레이를 보여줬고, 스페인으로 떠난 이천수의 빈자리는 경기내내 두드러져 보였다. 반면에 부천은 1승 이후 수비조직에서 많이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대전=진세근 기자, 울산=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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