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의 시장개방압력 서비스 분야로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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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4일까지 사흘동안 워싱턴의 미무역대표부에서 열린 한미무역실무회의에서 미측은 미국보험회사의 추가진출 허용을 강력히 요구했다.
미측은 담배시장 개방문제에 있어 한국이 시장 점유율 1%한도 안에서 미국담배수입을 허용키로 한 제한을 완화하고 소매점포 수도 현행 5백개의 상한선을 철폐하도록 요청했다.
이에 대해 한국측은 오는 3월까지 소매점수를 1천개로 늘려주는 이상의 양보는 할 수 없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담배의 소매이윤을 현행 30원에서 더 높여달라는 미국측 요구에 대해서는 한국측이 4월말께 조정해 주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측은 금융문제에 있어서 한국에 진출한 미국은행들이 외국인의 부동산 소유금지규정 때문에 부동산담보대출을 원활히 할수 없다고 지적하면서 이의 시정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의에서 한국측이 거둔 성과는 ①지난해 섬유협상때 기준연도(85년)의 수출실적을 잘못 계산한 것을 시정함으로써 제1그룹의 쿼터량을 1천만 평방야드 (2천5백만달러 정도) 증가시키고 ②포항제철과의 합작 회사인 US스틸사의 오랜 파업 때문에 공급이 중단된 열연강판을 보완하기 위해 우선 한달분 냉연강판 7천t을 쿼터외 추가분으로 미국 보세구역에 수출키로 합의했으며 ③아동복의 수출 쿼터를 성인복과 별도로 계산, 전체섬유수출 쿼터를 5%(1억7천만달러) 늘려달라는 한국측 요청을 미국이 88년 1월 관세분류기호 통일화 작업때 호의적으로 고려하겠다는 언약을 받아냈고 ④특수직물 제품은 폭1백76인치 이상의 것에 대해서는 쿼터에서 제외한다는 양보를 얻어냈다.
이번 회의는 과거의 예와 마찬가지로 미국측이 시장개방과 관세인하요구를 종합적으로 내어놓고 한국측은 수세의 입장에서 최대한으로 양보의 폭을 좁히려는 줄다리기로 진행되었다.
이에 반해 미국측 요구는 의회쪽의 보호무역주의 입법활동을 무마하기 위해서는 행정부가 통상외교를 통해 실적을 올리고 있음을 보여줘야 된다는 명분을 내걸고 나오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이제 막 시작된 한국의 대미무역흑자추세를 초기에 봉쇄하려는 의도와 단기적으로는 다음달에 있을 대만과의 무역협상에 유리한 선례를 만들려는 의도가 깔려있다.
미국은 지금까지 한국과 대만을 「디바이드 앤드 룰」(분리지배) 전법으로 어느 한쪽과의 협상결과로 다른 쪽을 굴복시키는 수법을 이용해 왔다.
미국이 지금까지 농산물시장 개방압력의 지렛대로 이용해 온것은 한국에 대한 특혜관세제도(GSP) 수혜 할당이었는데 이 작업이 최근에 종결되었기 때문에 이번 무역실무회담은 그런 부담없이 진행되었다.
그러나 미국측 통상압력은 계속될 것이 확실하다. 25개 품목에 대한 관세 인하요구와 19개 품목에 대한 시장개방요구는 GSP협상을 넘겼지만 이번에도 다시 제기되었다.
특히 서비스분야로 미국측 관심이 옮겨가고 있는 현상이 이번 회의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 것은 주목할 일이다.
미국측은 보험회사의 추가진출, 내륙복합운송업계 진출, 금융기관의 부동산취득허용, 광고대행업체 진출등을 요구해 왔는데 이는 미국이 상품에 대한 시장개방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온 것으로 보고 서비스분야로 관심을 돌리고 있는 증거라고 한 관계자는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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