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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교주·악마…” 해법보다 독설 쏟아내는 당대표 추미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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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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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가 31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우상호 원내대표와 이야기하고 있다. 추 대표는 이날 하루 전 입국한 최순실씨를 검찰이 곧바로 조사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오늘 사이비 교주가 출두한다고 하는데, 이것이 출두가 아닌 실세의 행차처럼 돼 버렸다”고 말했다. [사진 오종택 기자]

“(검찰은) 사이비 교주에게 요설(饒舌)의 자유를 허용해 범죄자 집단 간의 입맞춤을 허용하고 말았습니다.”

청와대의 검찰 압수수색 거부 놓고
“범죄자 집단, 증거 일일이 골라줘”
실체 확인 안된 ‘팔선녀’모임 거론
당 내서도 “선을 넘은 것 같다” 지적
“야당 대표 입이 초선 막말 논평 수준”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31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이 하루 전 귀국한 최순실씨를 곧바로 조사하지 않은 것을 비판하며 한 말이다. 이어 전날 검찰이 청와대에서 박스 7개 분량의 자료를 건네받은 데 대해서도 “국권을 혼란시킨 아지트의 범죄자 집단이 증거를 일일이 골라주는데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추 대표는 최고위원회의 후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최순실은 악마들과, 악의 세력과 입을 맞추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추 대표가 연일 독설을 퍼붓고 있다. ‘사교(邪敎)’ ‘교주(敎主)’ ‘악마’ ‘요설’ 같은 단어들이 연일 국회 공식 석상에서 제1야당 대표의 입을 통해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달 2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최씨의 사교클럽이라며 소위 ‘팔선녀’ 모임을 언급하면서부터 표현이 더욱 거칠어지고 있다. 팔선녀는 최씨를 포함한 각계 인사 8명이 모여 만든 비밀모임을 말하지만 풍문만 있을 뿐 실체는 확인되지 않았다.

추 대표는 이어 하루 뒤인 27일 국회의 한 토론회에 참석해선 “(박근혜 대통령이) 오로지 최순실과 심령 대화를 했다”며 무서운 ‘신정(神政)정치’라고 질타하는가 하면 최씨의 세계일보 인터뷰에 대해선 “세월호 참사의 유병언이 막걸리병을 부여안고 변사체로 나타난 것이 오버랩된다”고도 말했다.

당 내부에서도 “추 대표의 표현이 너무 자극적”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우리가 지금 종교 전쟁을 하는 거냐”며 “제1야당 대표의 발언치고는 선을 넘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박 대통령과 최씨의 관계에 사이비 종교가 개입됐다는 것은 아직까지 의혹 수준이지 증거는 없는데, 판사 출신인 추 대표가 그렇게 단정적으로 말해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당초 최씨의 국정 농단에 맞춰졌던 독설의 과녁도 거국중립내각 등 각종 사안으로 확대되고 있다.

추 대표가 지난달 30일 새누리당의 거국중립내각 제안에 대해 “사교 교주(최씨를 지칭)에게 (나라를) 헌납해 온 지 4년이 넘었는데, 이제 와서 오물 같은 곳에 다시 집을 짓겠다는 말이냐. 새누리당의 얘기는 듣고 싶지도 않고 중요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서도 당내에선 “수권정당의 면모를 보여줘야 할 시기에 당 대표가 앞장서 상대를 자극하고 협상의 여지를 봉쇄하는 언사로 연일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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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을 원한 새누리당 의원은 “야당 대표의 입이 초선 또는 과거 정당의 부대변인들이 쏟아내던 막말 논평 수준”이라며 “청와대 문고리 3인방 사퇴 등의 인적 쇄신도 요청대로 하고 나면 ‘국면전환용’이라고 깎아내린다”고 말했다. 가상준 단국대 정치학과 교수는 “시중에서 떠도는 말을 정치권이 확대 재생산하는 것은 우리 사회를 위해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야당이 청와대·여당에 대한 독설로 정치를 하기보다는 어지러운 정국을 풀어갈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글=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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