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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체조·VR…차은택·미르 행사 챙긴 박 대통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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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뮤지컬, 체조, VR기기 시연회…’ 최순실(60)씨와 차은택(47)씨 등이 관련된 행사에 박근혜 대통령이 자주 참석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차씨 연출한 뮤지컬 원데이 관람
대통령 무대 올라 “의미 큰 공연”
VR기기 시연 때 설명한 업체 대표
최씨 카페 운영회사의 등기이사
정아름 “늘품체조 차은택이 요청”
공연계 “대통령 참석 땐 로또 된 것”

“문화 융·복합의 첫걸음이라는 데서 의미가 큰 공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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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최순실·차은택씨나 미르재단과 관련된 행사에 자주 참석했다. 2014년 8월 차씨 연출 뮤지컬 ‘원데이’ 공연 직전에 차씨와 함께 무대에 선 박 대통령. [뉴시스]

2014년 8월 27일 ‘문화가 있는 날’ 행사 때 박 대통령이 창작 뮤지컬 ‘원데이’를 관람한 뒤 무대에 올라 한 말이다. 해당 작품을 연출한 건 최씨와 함께 국정에 개입하고 이권을 챙긴 의혹을 받는 CF감독 차은택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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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늘품체조’를 따라 하는 모습(左), 2015년 10월 청와대 한복특별전 관람(右). [중앙포토]

박 대통령은 석 달 뒤인 같은 해 11월 26일 역시 문화가 있는 날을 맞아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을 찾았다. 이날은 헬스트레이너 정아름(35)씨가 늘품체조를 시연한 날이다. 박 대통령은 이때 운동복을 입고 늘품체조를 직접 따라 해 화제를 모았다. 정씨는 “차은택 감독이 늘품체조를 만들라고 요청했고 이름과 체조의 콘셉트도 정해져 있던 상태에서 동작을 짜서 넣는 일을 했다”고 29일 주장했다. 이날 행사도 차씨와 관련 있는 행사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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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스타트업 캠퍼스 개소식에 참석해 가상현실(VR) 기기 체험(左), 지난 6월 ‘KCON 2016 프랑스’ 행사에 참석해 인사하는 장면(右). [중앙포토]

이처럼 박 대통령은 여러 차례 차씨 관련 행사에 직접 참석해 힘을 실어 줬다. 박 대통령은 최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미르재단 관련 행사에도 자주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3월 경기도 성남시 창조경제밸리에서 열린 스타트업 캠퍼스 개소식이 대표적이다. 이날 행사에서 박 대통령은 직접 VR기기를 시연했다. 당시 박 대통령에게 VR 콘텐트에 대해 설명한 사람은 고든미디어의 대표 마해왕(40)씨였다. 마씨는 최씨가 아지트처럼 이용한 것으로 의심받는 논현동의 카페 ‘테스타로싸’를 운영한 존앤룩C&C라는 회사의 등기이사였다. 또한 마씨의 고든미디어가 현재 입주해 있는 서울 중구 문화창조벤처단지는 차씨가 지난해 4월부터 약 1년간 본부장으로 있던 문화창조융합센터가 기획한 곳이다.

미르재단 이사를 지낸 김영석씨 관련 행사에도 박 대통령은 참석했다. 지난해 10월 청와대 사랑채에서 진행된 ‘광복 70주년 기념 한복특별전-한복, 우리가 사랑한’이란 전시 행사였다. 이 전시에는 김씨가 만든 박 대통령의 취임식 한복 등이 전시됐고 김씨 역시 한복을 입고 행사에 참석했다.

해외에서 열린 행사도 마찬가지였다. 박 대통령은 지난 6월 프랑스 방문 당시 참석한 ‘케이콘(KCON) 2016 프랑스’ 행사에 참석했다. 이 행사는 CJ E&M이 주최한 행사다. 미르재단은 행사장에서 ‘한식체험존’ 부스를 운영했다. 이와 관련해 박 대통령은 지난 20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해 설명하던 중 “한·프랑스 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정부와 민간이 함께 만든 파리 케이콘(KCON) 행사는 티켓 오픈 한 시간 만에 매진되는 엄청난 코리아 붐이 일어났다”고 말하며 해당 행사를 미르재단의 성과로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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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최씨와 미르재단이 기획한 것으로 알려진 한식 세계화 관련 행사에도 자주 나왔다. 역시 프랑스 방문 중이던 6월 미르재단과 프랑스 요리학교 에콜 페랑디가 공동 주관한 한·불 융합 요리 시식 행사에 참석했 다. 이와 관련해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7일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서 “박 대통령은 한식 세계화, 그리고 에콜 페랑디와 미르재단 등에 지속적으로 수년간 관심을 가져왔다. 박 대통령과 미르재단이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나”라고 지적했다.

한 공연 업계 관계자는 “대통령이 참석한 행사는 무조건 화제가 된다. 로또 같은 거다. 그런데 유독 차씨나 미르재단 관련 행사에 많이 참석했다면 그걸 우연이라고 볼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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