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석이 남아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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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금연운동이 미국 전역으로 번져 나가고 있다.
오리건주 유진시의 호텔 종업원들은 손님이 들면 우선 『담배를 피우십니까, 안 피우십니까』하고 묻는다.
방에서 담배를 피우게 되면 담배 냄새가 배어 담배를 피우지 않는 손님이 싫어하니까 비행기 탑승객과 마찬가지로 투숙객을 흡연실과 금연 실로 구분해 배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호텔은 객실 98실 가운데 금연 실이 20실이나 된다.
오리건주는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 담배 피우는 사람이 적고 냄새 맡는 것조차 싫어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포틀랜드 시의 식당에선 종업원으로부터 『금연 석은 만원입니다. 흡연석은 남았읍니다』 라는 말을 듣기가 일쑤다. 자리를 잡고 앉으면 20여명의 손님 가운데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한사람 정도다.
최근 2, 3년 사이에 미국에서는 담배를 끊는 사람이 급속히 늘고 있다. 이제 미국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저학력자 중년 이상의 남자 등이고 고학력자 20대 남자들 가운데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이 훨씬 많다. 여자 중에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컴퓨터나 워드 프로세서 등을 사용하고 있는 전문직 종사자가 많은 편이다. 이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은 심한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젊은이들이 담배를 피우지 않는 것은 놀라울 정도다. 인디애나주 인디아내 폴리스에서 25∼26세의 젊은이들이 13명 모인 곳에 참석했다. 남자 여자가 반반씩 되었는데 모두 명문 퍼듀대를 졸업한 사회인. 맥주를 마시고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이야기꽃을 피웠다. 그 가운데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여자 한사람. 그녀도 조심스럽게 겨우 한대를 피웠을 뿐이다.
애리조나주 피닉스시에선 지난여름 북미 스포츠 심리학회가 열렸다. 미국 전역과 캐나다 등지에서 5백여 명의 학자들이 모였다. 3일간 회의를 하면서 매일 저녁 옥외에서 저녁식사 겸 정보교환을 했다.
음식을 먹으면서 이야기가 계속되었으나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한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이 회의에 참석한 한 대학교수는 『한사람도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자리에서 흡연하려면 꽤 용기가 필요하다』 고 말했다.
미 육군 당국은 지난7월『모든 육군관계 시설 및 기지 내에서 흡연을 금한다』 고 발표, 미국 내에서 큰 화제가 되었다. 약2백10만 명의 군 관계자 가운데 육군은 약78만 명이 가운데 약52%가 흡연자. 당국의 대변인은 『90년까지는 이 가운데 25%가 끊을 것』 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담배의 해독을 설명하는 출판물과 금연을 권하는 책이 서점에 대량으로 나와있고 어린이 책에도 담배의 해독을 이해시키고 있다. 또 최근 하버드대학의 연구그룹은『담배를 하루20개비 이상을 피우는 사람은 노인성 백치증에 걸릴 위험이 약4배나 높다』 고 발표, 흡연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러한 금연 캠페인과 연구보고 등이 발표되면서 미국 내 흡연인구는 점점 줄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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