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케이 전 서울지국장 "날 조사하던 한국 검사가 최태민 부녀에 대해 끈질기게 물어"

　

가토 다쓰야 산케이 신문 전 서울 지국장. [중앙포토]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행적에 대한 의혹을 기사로 썼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던 일본 산케이신문 가토 다쓰야 전 서울지국장이 "최태민과 최순실이 박근혜 정권의 최대 금기였다"고 주장했다.

현재 산케이 신문의 사회부 편집위원으로 일하고 있는 가토 전 지국장은 27일 '정권 최대의 금기는…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 생명의 종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 검찰에서 조사받을 당시 검사가 끈질기게 물어온 것 중 하나가 최태민과 그의 딸 최순실에 관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이 문제가 박 대통령의 최대 급소(약점)라는 것을 바로 깨달았다"고 말했다.

가토 전 지국장은 검찰의 최순실 씨 자택 압수수색에 대해 "박 대통령의 정치생명 종말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박 대통령과 최씨 부녀의 관계야말로 정권의 최대 타부(금기)"라고 주장했다.

그는 최순실 게이트가 박 대통령의 '고독'과 깊이 연관돼 있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이 최씨에게 지나치게 의지한 것은 자신의 성장과정에 기인한다는 것이다.

가토 전 지국장은 박 대통령의 자서전을 인용해 "박 대통령은 초등학교부터 대학 졸업 때까지 수석으로 통과하는 등 완전무결을 지향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정치가가 된 후로는 그것이 독선으로 바뀌었다. 박 대통령의 한나라당 대표 시절 대변인으로 일했던 전여옥 씨는 '박근혜 대통령은 자기 자신이 원칙이라는 사고 회로를 가진 사람'이라고 비판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이 심복에게 총을 맞고 숨지는 일을 겪으며, 박근혜 대통령은 주변인에 대한 의심을 품고 성장했다"며 "그렇게 성장한 박 대통령에게 최태민 부녀는 특별한 존재였다"고 전했다.

가토 전 지국장은 이어 "최태민 씨는 박정희 대통령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한, 상담 상대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힘들 때 도와줬다'는 관계는 박정희·박근혜 부녀 2대에 걸친 깊은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초 등용한 청와대 대변인이 미국 방문 중 성추행 사건을 일으키는 등 인사 실책을 반복했다"며 "박 대통령은 인사를 누구와도 상담하지 않고 결정한다는 지적을 받아왔지만, 그 배경에 최순실 씨가 있었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고 덧붙였다.

가토 전 지국장은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행적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는 칼럼(박근혜 대통령 여객선 침몰 당일 행방불명, 누구와 만났을까)을 썼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당시 법원은 칼럼 내용이 허위라고 인정하면서도, 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 조사 당시, 검사가 최태민 부녀에 대해 끈질기게 물었다는 가토 전 지국장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검찰은 그 때 이미 박 대통령과 최순실 씨의 관계를 알고 있었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에 향후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정현목 기자 gojh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