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커 뉴스] 최순실 인터뷰, 앞뒤 안 맞는 해명에 의혹 증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기사 이미지

독일에 체류하고 있는 최순실 씨 [사진 세계일보]

27일 독일에 체류중인 최순실(60)씨가 언론에 처음 얼굴을 내밀었다.

현지 시간 26일에 독일의 한 호텔에서 한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였다. 그러나 최씨의 발언은 앞뒤가 맞지 않는 해명으로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최씨는 대통령 연설문 유출 논란을 빚었던 테블릿 PC와 관련해 “테블릿을 가지고 있지도 않고 쓸줄도 모른다. 남의 PC를 보고 보도한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25일 박 대통령의 사과 발표와도 맞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2012년 대선 전후 (박 대통령의) 마음을 잘 아니까 심경 표현에 대해선 도움을 줬다. (박 대통령의) 당선 초기에 이메일로 받아본 것 같다”고 답변해 사실상 PC를 매개로 연설문 등 기록에 손을 댔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듯한 말도 했다.

기업들이 출연한 미르ㆍK스포츠재단의 자금 횡령 의혹에 관해 최씨는 “절대 자금 지원을 받은 것이 없다. 감사해보면 당장 나올 것을 가지고 (돈을) 유용했다는 건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검찰에 소환된 정현식 K스포츠재단 전 사무총장(63)은 “안종범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과 최순실 씨의 지시를 받아 SK그룹에 체육인재 전지훈련 예산 명목으로 80억 원을 요구했다. 올해 2월 최씨가 ‘SK와는 얘기가 다 됐으니 가서 사업설명을 하라’고 직접 지시했다”고 말했다. 정 전 사무총장은 “검찰에서 내용을 소상히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미르ㆍK스포츠 재단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두 재단이 모금한 금액은 486억원(미르 재단)과 288억원(K스포츠 재단)을 기업들로부터 모금했다고 명시돼 있다.

독일에서 부동산 구입에 관해서도 최씨는 “서울에서 36만 유로 만들어와. 집을 3~4채로 부풀린 것은 완전히 오보다”라고 말했다. 이는 본지가 확인한 객관적 사실과도 어긋나는 주장이다.

최씨가 강원도 평창군 도사리 땅 등을 담보로 잡혀 28만9200 유로를 대출받은 기록은 등기부 등본에 남아있다. 예금담보 대출을 포함해 36만 유로를 만들었다는 말 자체는 사실일 수 있다. 그러나 독일 헤센주 프랑크푸르트 슈미텐에 위치한 호텔 ‘비덱 타우누스’(5월 구입)의 가격만도 20억원 이상이 된다는 게 현지 부동산 업자 등의 공통된 평가다.

이 호텔은 ‘비덱’이라는 법인 명의지만 이 법인은 최순실 모녀의 개인 회사로 설립됐다. 그러나 최근 최씨 모녀는 이 회사의 대표를 18일 정유라씨의 현지 승마 코치였던 크리스티앙 캄플라데에게 이전했다고 한다. 호텔에서 650m 떨어진 그라벤 비센베르그의 단독주택은 딸 명의로 확인된 바 있고, 현지인들은 “이외에도 호텔 바로 근처의 주택과 호텔에서 4.6㎞ 떨어진 브롬바흐 주택 등을 최씨 일행이 사용했다”는 증언했다.

자신이 추천한 청와대 행정관들을 통해 박 대통령과 다리를 놓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최씨는 “윤전추 행정관 청탁은 내가 한 적 없다. 차은택씨와 가깝지도 않고 옛날 한번 인연이 있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최근 TV조선은 박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 입었던 옷들을 만든 장소로 추정되는 이른바 ‘샘플실’CCTV 영상을 공개했다. 이 화면에 윤 행정관이 최씨로부터 지시를 받고 심부름을 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지난 9월 대정부질문에서 “우병우 수석 인사추천은 물론 윤 행정관도 최순실씨가 추천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