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일 유출 전 최종 수정자는 정호성, 최씨 PC 명의자는 김한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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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각종 연설문과 국가안보 기밀 등이 담긴 최순실씨의 태블릿PC 명의자는 김한수 청와대 뉴미디어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라고 JTBC가 26일 보도했다.

정씨 아이디 ‘narelo’ 네 번 등장
드레스덴 연설 등 5건은 ‘유연’
이 문건만 빨간 글자, 밑줄까지

김씨, 최씨 카톡 친구명 ‘한 팀장’
‘하이’ 친근하게 인사하는 내용도

JTBC 보도에 따르면 김 행정관은 2012년 4월부터 2013년 1월까지 홍보이벤트 회사인 ‘마레이컴퍼니’ 대표를 지냈다. 당시 그는 법인 명의로 최씨의 태블릿PC를 개통했다.

최씨의 PC는 2012년 초 제조된 삼성전자 갤럭시탭이었다. 김 행정관은 회사 대표직을 물러난 직후 대통령직인수위 홍보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본부에서 SNS 팀장을 맡았고 박근혜 정부 출범 후에는 행정관으로 일해왔다. 그는 박 대통령과 함께 최씨의 전화번호부에도 저장돼 있고, ‘한 팀장’이란 별명으로 최씨의 카카오톡 친구로 등록돼 있었다.

JTBC는 “최씨가 김 행정관과 카카오톡 대화를 나누는 점 등을 보아 김 행정관이 청와대와 최씨 사이의 연결고리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최씨가 김 행정관에게 ‘하이’라고 친근하게 인사를 건네는 대화 내용도 PC에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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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씨의 PC에서 정호성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아이디인 나렐로(narelo)가 문서 최종 수정자로 네 차례 나왔다. 사진은 정 비서관(오른쪽)이 2015년 4월 20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귀엣말을 하는 모습. [중앙포토]

최씨의 PC에 저장된 문서들에는 최종 수정자로 정호성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아이디인 ‘narelo’가 네 차례 등장했다. ‘제32회 국무회의 말씀 자료’(수정 시간 2013년 7월 23일 오전 7시16분), ‘강원도 업무보고’(같은 날 오후 9시39분), ‘국무회의 말씀자료(8월 4일 오후 6시27분) 등에서였다. 아이디 narelo는 원래 정 비서관이 박 대통령의 국회 보좌관 시절 사용한 e메일 아이디였지만 청와대에 들어간 이후에도 같은 아이디를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정 비서관은 이재만 총무비서관, 안봉근 국정홍보비서관과 함께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린다. 박 대통령이 1998년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당선돼 정계에 입문한 후부터 18년째 보좌하고 있다. 정 비서관과 최씨의 인연은 정윤회씨를 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씨는 최씨의 전 남편이고 98년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박근혜 의원 비서실장을 지냈다. 정씨가 정 비서관과 국회 보좌관으로 함께 일한 만큼 최씨와도 그때부터 아는 사이일 것이란 얘기다.

정 비서관 외에 문서 최종 수정자로 최씨의 아이디로 보이는 ‘유연’도 다섯 차례 나왔다. ‘2012년 서울 삼성역 코엑스 대선 유세 연설문’ ‘대선 마지막 유세 연설문’ ‘2013년 방송통신인 신년인사회 축하메시지’ ‘2014년 드레스덴 연설문’ 등에서다. 유연은 최씨의 딸 정유라씨의 개명 전 이름이다. 이들 5개 문서에는 밑줄이 그여 있거나 빨간색으로 표시된 글자들이 보여 최씨가 직접 수정했을 수 있다는 짐작을 가능하게 했다.

최씨의 PC에선 파일 문건을 직접 작성한 아이디들도 다수 확인됐다. ‘niet24’ ‘iccho’ ‘aseembly’ ‘mr.초이’ 등이다. 아이디 niet24는 ‘강원도 업무보고’, iccho는 ‘제32회 국무회의 말씀자료’, assembly는 ‘3차 TV토론 연설문 초안’, mr.초이는 ‘대통령 당선 소감 파일’을 각각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통상 PC 이용자가 아이디를 따로 만들지 않을 경우 user, administrator와 같은 기본 아이디가 설정되지만 계정 아이디를 만들면 한글 파일을 작업할 때 해당 아이디가 문서정보 기록에 남게 된다.

특별취재팀 임장혁·문희철·채윤경·정아람·정진우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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