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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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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일본사람들의 엄살은 알아주어야 한다. 그들의 엄살은 몰염치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최근 한국산 VTR가 일본에 수출되자 일본의 메스컴이 「큰일났다」고 일본 국민에게 광고하고 있는 것이 그 한 예다.
일본 NHK가 지난달 20일 아침방송에 주요 뉴스로 보도한 것은 약과다.
일본의 유력 경제지 일본 경제신문은 26일자 『한국제 VTR, 일본을 노려』란 제목의 박스 기사에서 일본의 슈퍼체인 「자스코」가 3백대를 수입, 판매한 것을 「대규모 수주」라고 과장했다.
뿐더러 『가전제품 가운데 대형상품인 VTR에서도 한일이 격돌할 날이 멀지 않았다』고 자극적 표현을 썼다.
26일자 전파신문의 칼럼은 더 가관이다. 『한국제 비디오의 등장은 예상된 사태이니 만큼 냉정히 대처하자』고 하면서 『값싼 한국산 가전제품이 손님 끌기 상품으로 이용되고 있으며 가전업계로서도 유통질서 면에서 무관심하게 있을 수 없다』느니, 『동요하면 유통질서가 문란해진다』느니 호들갑을 떨었다.
일본 매스컴의 그런 호들갑을 부른 사건의 내막을 보면 그야말로 「태산명동 서일사」이란 말이 실감이 난다.
한국의 한 전자업체가 지난 11월초 국내에서 처음으로 VTR(녹화 재생기)1천대를 일본에 수출, 그 중 3백대가 일본의 소매점에 등장한 것일 뿐이다.
대당 1백 달러 짜리 재생 전용의 VTR를 겨우 10만 달러 어치 수입해놓고 그처럼 법석을 떠는 것이다.
10만 달러는 우리가 일본에서 수입하는 액수의 0·01%에 지나지 않는다. 경제대국이라는 일본의 체통이나 ??도는 도무지 찾아볼 길이 없다.
일본이 지난 8월 한달동안만도 2백42대의 VTR를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는 것을 언급할 필요도 없다.
한국은 85년도 일본에서 75억6천만 달러 어치의 물건을 사들였다.
일본에서 수입해오는 전기·전자제품만 해도 85년에만 무려 8억3천만 달러 어치나 됐다. 1백대 기업의 수입분만 쳐도 그렇다.
85년에 한국의 한 대표적 전자회사가 미국에 수출한 전자제품 수출액은 12억 달러 어치 있지만 그중 일본 부품 수입액은 7억 달러나 됐다.
한국이 막대한 일본 물건을 팔아주고도 담담한데 비해 일본의 엄살은 너무 염치가 없다.
일본 매스컴은 83년에도 대 한 기술이전을 「부머랭 효과」의 우려가 있다고 노골적으로 꺼리며 엄살한 적이 있었다.
일본업계 자신이 일본부품과 기술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한국산 제품을 「카피상품」(모사품)이라고 깎아 내리던 것이 바로 엊그제였다.
부자나라 일본이 언제나 참기만 하고 있는 한국인의 감정을 더 이상 건드리지 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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