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생각 못 쓰면 리더 아니다" 다시 주목받는 노무현의 글쓰기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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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중앙포토]

“자기 생각을 자신의 말로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사람은 리더가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연설문을 작성할 때 최순실의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글쓰기 철학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연설문에 대한 애착과 집착이 대단했다고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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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연설비서관 강원국씨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의 독회는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문구 하나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일이 다반사였다”며 “노 전 대통령은 토론하듯 가르치기도 했다”고 말했다.

연설문에 대한 노 전 대통령의 철학은 당시 연설비서관이던 강원국, 윤태영 전 비서관의 저서 『대통령의 글쓰기』와 『대통령의 말하기』에도 드러난다.

해당 저서에 따르면 국회 연설을 하루 앞뒀던 2005년 2월 24일 밤 10시경, 노 전 대통령은 연설문을 전면 수정하겠다고 말했다. 당시 강원국 연설비서관이 연설문 초안을 다급히 작성하던 중 새벽 3시 30분경 노 전 대통령의 전화를 받았다. 노 전 대통령은 “내게 보내세요. 마무리는 내가 할게요”라며 밤을 꼬박 새며 연설문 작성을 마무리했다고 한다.

2006년 신년연설 준비 회의에서 노 전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나는 머리가 좋지 않다. 열 배는 더 생각을 많이 하려고 한다, 어느 때는 자다가도 일어나 메모를 한다”고 말했다.

한 번은 “연설문을 직접 쓰지 못하면 리더가 될 수 없습니다”라며 연설비서실의 전 공무원을 대상으로 교육을 시행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글쓰기에 대한 노 전 대통령의 철학은 확고했다. ‘자신만의 표현 방식 쓰기’ ‘힘 있는 말투’ ‘과도한 겸양 지양하기’ ‘쉽고 친근하게 쓰기’ ‘짧고 간결하게 쓰기’ ‘누구나 하는 얘기 말고 내 얘기하기’ 등을 내세웠다.

강원국씨는 “대통령의 말과 글은 그 자체가 국정운영”이라며 “선출된 대통령이 다른 사람의 철학으로 국정 운영을 한 것이라면 그 자체가 국민을 모욕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문성훈 인턴기자 moon.sung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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