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강사 찾는 곳이 많아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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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여성 자신들의 입장과 역할및 책임등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도록하는 주부·직장여성·여학생 대상의 강좌들이 상당한 인기를 모으고 있다. 「무조건 공손하고 말잘듣는 여사원」이라든가 「맹목적으로 자신을 희생하는 현모양처」가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여성」임을 자각하면서 각자의 몫을 다하도록 이끄는 여성강사들이 점점 바빠지고 있는 것. 한국여성개발원이 국내 최초로「강사은행」을 설치하여 본격적으로 가동한 지난 4월이래 여성강사들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한 기관·단체·학교·기업 등은 이미 2백개를 넘어섰다.
여성문제에 대한 인식과 여성의식을 확산시키기 의해 여성개발원이 1차로 확보한 여성관계 전문강사진은 대학교수와 여성계 인사를 포함한 15명. 사회학·여성학·법률·문화·경제·교육등 각분야의 이강사들로는 강사파견 요청을 모두 받아들이기 어려운 예가 흔해서 여성개발원내의 권영자조사연구실장을 비롯한 각 실장과 수석연구원 및 교수10명도 함께 출강하는 정도다.「현대가정의 어머니」「현대사회와 여성의 역할」「직장여성과 자기개발」 등 다양한 주제로 강의할 여성강사들을 파견해달라는 곳들은 각 대학 여학생회·일반기업체·정부기관 및 단체·일반학교 어머니교실·근로자복지회관 등 각양각색. 여성개발원 김애실교육연수실장은 『지금까지 남성들을 위한 재교육프로그램은 매우 다양하게 개발되어 왔으나 여성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은 가벼운 교양이나 취미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형편이기 때문에 전문적인 여성강사에 대한 수요도 이처럼 큰 것같다』고 말한다. 「강사은행」에서 문화분야를 맡고있는 자유기고가 이경순씨는『TV·연극·영화등 미디어와 관련된 주제로 강의하면서도 자기희생만 감수하는 현모양처보다 자기자신이 즐거운 주부라야 가족들에게도 좀더 잘 할 수 있다는 등 여성자신도 소중한 인격체라는 사실을 은연중에 강조한다』고 말한다. 「모름지기 남자란…」「여자는…」식의 틀에 박힌 성역할이나 성편견에 대해 좀처럼 진지하게 생각해 본적이 없는 여성들이 새로운 성관념에 눈뜨면서 놀라고 새로와 하는걸 볼 때마다 여성교육의 중요성을 새삼 실감한다고.
「강사은행」개설당시에는 한달평균 20건정도이던 강사파견요청이 점점 폭주함에 따라 여성개발원은 87년에 20명의 전문여성강사를 더 확보키로 했다. 그밖에도 강사들과 강사파견 요청자측의 의견을 설문조사해서 「강사은행」운영을 더욱 활성화시킬 예정.
현재 여성개발원 교육연수실의 「강사은행」(전화812-1955)에 등록된 강사진은 사회학분야에 김미숙(청주대) 박숙자(이대) 한인숙(한양대), 여성학분야 장필화(이대) 한명숙(감신대), 문화분야 이경순(자유기고가), 법률분야 김숙자(명지대) 오선성(청주대), 경제분야 김애실 (외대) 김용자(숙대), 일반사회분야 오경자(한국사회교육연구원) 김형(전서울YWCA총무), 교육분야 박인덕(여성의전화) 한명희(동국대) 김인자(숙대)씨등 15명이다. <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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