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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 밟을 때 기부금 차곡차곡 스마트폰 게임 하면 나무 기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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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도림 디큐브시티백화점 앞의 건강계단을 걸으면 기부금이 쌓인다.

기부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다. 직접 고액의 현금을 내는 경우도 있지만 기업의 기부금 후원으로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한다. 걷고 쇼핑하며 게임하는 것만으로도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다. 자신의 사진을 온라인 홈페이지에 올려 기부금 모집에 힘을 보탤 수 있다. SNS에기부 정보를 공유해 더 많은 사람이 손쉽게 동참하도록 돕는다.

일상 속 기부 다양화

"걷는 거리만큼 기부 포인트 SNS 활용한 나눔 활동 확산 블로그 평가로 기부금 마련"

서울 반포 고속터미널역 1번 출구에는 ‘건강 계단’이 있다. 계단을 밟으면 아름다운 선율과 함께 LED등이 반짝거린다.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이 계단은 서울시청, 이태원, 왕십리 등 서울시내 16곳에 설치돼 있다. 센서가 숨어 있는 계단을 밟을 때마다 10원씩 기부금이 쌓이며, 이를 모아 어려운 아이들을 돕는다. 한국야쿠르트 등 여러 기업이 해당 금액만큼 후원해 계단을 밟는 이들은 따로 돈을 내지 않고 ‘나눔’의 기쁨을 느낄 수 있다.

기부금 후원하는 기업 증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기부금 신고액은 2006년 8조1400억원에서 2014년 11조9989억원으로 8년 새 1.5배 가까이 증가했다. 총 기부액은 늘었지만 한 번이라도 기부에 참여한 사람 수는 오히려 줄었다. 소수의 고액기부자들이 늘고 소액 기부자들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누구나 기부에 참여하도록 독려하는 새로운 형태의 기부 방식이 등장했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나눔 활동에 참여하면 기업이 이를 후원한다. 방법도 다양해졌다. 스마트폰과 SNS를 활용하거나 쇼핑을 통해 기부하는 방식이다.
  걷는 거리에 따라 기부 포인트가 쌓이는 애플리케이션(앱)도 있다. 스마트폰 앱을 켜놓고 어느 ‘모음통’(캠페인)에 포인트를 담을지 결정한 뒤 걷기 시작하면 10m마다 1포인트가 기부된다. 목표 포인트를 다 채우면 기부 금액이 전달된다. 다양한 캠페인에 참여할 수 있는데, 현재는 남산의 생태계를 보존하는 사업이나 이웃에 김장김치를 나눠주는 이벤트, 뇌병변·지체장애 아이에게 물리치료를 받도록 도와주는 캠페인 등이 진행중이다. 후원금은 사회공헌 사업에 관심 있는 기업들이 지원한다. 이 애플리케이션 관계자는 “기업이 어려운 이들을 직접 돕지 않고 많은 사람을 참여시켜 걷게 하고 이를 후원하는 것이 기존 기부 방식과 가장 큰 차이”라며 “일상에서 나눔을 실천하고 이를 공유하는 문화를 만드는 게 이 앱의 개발 배경”
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폰 게임을 즐기며 기부하는 방법도 있다. 괴물의 침공으로부터 아기 나무를 지키는 게임이다. 태국·중국·캄보디아처럼 사막화가 진행되는 나라를 배경으로 하는데, 게임 속에서 아기 나무를 끝까지 지키면 후원 기업들이 그 지역에 진짜 나무를 심어준다. 내가 기부한 나무가 진짜 심어졌는지 홈페이지와 SNS를 통해 계속 업데이트된다. 게임하면서 기부도 할 수 있어 어린이에게 환경 보호와 나눔의 가치를 가르치기에 안성맞춤이다.
  아프리카의 염소를 키우는 게임도 있다. 직접 도움을 주는 방식은 아니지만 게임을 통해 아프리카 아이들의 현실을 알리고 있다. 비영리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은 이 게임을 통해 아프리카에 염소를 보내는 자체 모금활동을 홍보한다.
  쇼핑과 기부를 결합한 사례도 많다. 다양한 비영리단체가 쇼핑몰을 통해 수익금을 국내외 사회공헌 활동에 활용한다. 기부단체인 굿네이버스가 운영하는 온라인 몰은 판매 수익금으로 아프리카 아이에게 깨끗한 물을 제공한다.
  SNS를 통한 기부도 활발하다. 페이스북에 사연을 공유하면 1000원, 공유된 내용에 ‘좋아요’를 누르면 200원이 적립되는 기부 플랫폼도 있다. 후원 기업이 사연의 주인공에게 해당 기부금을 전달하며 이 과정에서 총 몇 명이 후원했는지, 후원금은 얼마인지, 내가 후원한 그 친구는 어떻게 지내는지 모두 투명하게 볼 수 있다. 현재까지 기부에 참여한 사람은 23만여 명, 후원금은 8억원 정도다. 이 기부 플랫폼의 운영자는 “도움이 필요한 곳과 도와주려는 기업을 연결시켜 주고 나눔에 참여하는 이들에게 내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볼 수 있도록 해 참여율이 높다”고 말했다. 30초만 투자해도 어려운 아이들을 도울 수 있는 앱도 있다. 블로그 글을 읽고 평가하기만 하면 필요한 곳에 후원금을 보내준다.

나눔 앞장선 170여 명 시상
보건복지부 등 정부 기관도 국민의 일상 속 기부문화를 독려한다. 오는 27일에는 KBS공개홀에서 ‘2016 대한민국 나눔 국민 대상시상식’을 연다. 올해 5회째를 맞은 행사로 일상에서 어려운 이웃을 위해 묵묵히 나눔을 실천해 온 사람들을 발굴하고 이들의 성과를 널리 알리기 위해 마련했다. 올해에는 인적 나눔, 물적 나눔, 생명 나눔, 휴먼 멘토링 등 각 분야에서 뽑힌 170여 명이 참석해 자리를 빛낼 예정이며 이들에게 훈·포장, 대통령 표창 등을 수여한다.

윤혜연 기자 yoon.hye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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