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별적이고 정밀한 부동산 대책이 필요하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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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2호 18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부동산 가격 급등이 이슈가 되고 있다. 서울 강남지역의 재건축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임계치를 넘어섰다는 판단 하에 정부가 분양권 전매제한이나 투기과열지구 지정과 같은 대응책을 만지작거리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기는 부진한데 부분적이지만 난데없이 주택가격이 급등하니 뭔가 대책이 필요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가격급등의 성격과 현재의 거시경제환경 등을 고려하면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먼저, 과연 현재의 상황이 우리 경제의 안정을 해칠 만큼 위험하고 따라서 정부가 대응책을 내놓아야 하는가의 문제다. 가격 급등이 서울 강남 일부 지역의 재건축 아파트에 국한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전반적인 주택가격 상승세는 지나치게 가파르다고 보기 어렵다. 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전국 기준으로 최근 3개월 동안의 전년 동월대비 주택가격 상승률은 평균 2.1% 수준이다. 지난해 4분기에 4.4%로 정점을 찍었고 이후 주택가격 상승세는 한풀 꺾인 상태다.

일러스트 강일구

이런 흐름에서 가격 전반을 누르는 정책이 시행될 경우 상승세 둔화를 가속시키거나 하락세를 부추길 우려가 있다. 서울 일부 지역의 가격 급등이 과거처럼 여타 지역의 가격 상승으로 확산되는 경향도 뚜렷하지 않다. 또한 재건축 아파트는 전체 주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낮아 가격이 오르든 내리든 국민 대다수의 삶에는 별 영향이 없다. 둘째, 우려되는 것은 자칫 주택가격 억제 정책으로 인해 우리 경제의 성장세가 한층 더 꺾일 가능성이다. 건설투자는 최근 우리 경제의 성장에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지난 1년간 건설투자의 국내총생산(GDP) 성장 기여율은 40%에 달한다. 올 2분기에 3.3%의 성장을 이뤘지만 건설투자가 없었다면 1.6%의 저조한 성장실적을 나타냈을 것으로 분석될 정도다. 눈을 해외로 돌려도 상황은 비슷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소비와 투자 등 수요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미국은 2012년부터 주택경기호조에 힘입어 GDP 비중 7.5%에 불과한 건설투자의 성장기여율이 15% 전후에 달하고 있고 중국경기 역시 주택건설과 인프라 투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형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대책으로 인해 혹시라도 주택가격이 하락세로 전환한다면 올 하반기 들어 이미 둔화추세를 보이고 있는 건설투자가 급랭하면서 경기둔화가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2000년대까지 주택가격 하락(상승)은 평균 2분기 정도의 시차를 두고 주택투자 하락(상승)으로 연결됐다. 여기에 집값 하락에 따른 부(負)의 자산효과와 고용감소, 그리고 가전이나 이삿짐센터와 같은 파생수요까지 감안하면 상당한 충격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물론 경제성장을 근본적인 경쟁력 제고나 구조개혁이 아니라 건설경기에 의존하는 것이 정상적이고 건전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저성장 심화 우려가 짙어가는 현 시점에서 단기적으로 경기 경착륙을 막고 미래를 준비할 시간을 벌어주는 효과는 상당히 소중한 부분이다.


셋째, 가계부채 대책과 부동산 대책을 연결시키는 데에도 세심히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특히 돈줄을 죄어 주택가격을 누르려는 시도는 다양한 효과를 불러와 예기치 않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예컨대 지난주 발표된 보금자리론 대출요건 강화조치는 담보주택가격을 9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추고 부부합산 연소득을 6000만원으로 제한함으로써 가계부채 증가를 억제하는 효과는 있겠지만 중산층을 비롯한 실수요자의 내집 마련을 위축시키는데다 고가 혹은 초고가인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가격 급등 대책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가계부채 증가세는 올해부터 실시중인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정책 등에 힘입어 지난해 하반기를 고비로 서서히 둔화되는 것으로 여겨진다. 당분간은 가계부채의 총량 규제를 위해 추가적으로 다양한 가계부채 대책을 내놓기보다는 가계부채의 질적 개선 모색과 모니터링 강화가 요구된다는 지적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요컨대, 우선적으로 지나친 가격 상승에 대해 경고하면서 재건축 아파트 가격 급등을 막기 위한 조치를 세워야 하는지에 대해 숙고할 필요가 있다. 정책의 필요성이 인정된다면, 경기를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선별적이고 뾰족한 시장 안정책을 내놓는 것이 중요하다. 특정 지역의 일부 가격상승에 대해 주택가격 양극화 등 불필요한 의미부여를 지양하고 경제의 안정적 성장만을 기준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신민영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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