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암아트홀개관 1주년 기념특집|선진국도 관객 죽어 어려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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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뉴욕의 링컨센터나 워싱턴의 케네디센터 등 자체 재원이 튼튼한 공연장의 경우는 예외이지만 일반적으로 미국의 극장들은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다.
올해 브로드웨이 관객 수는 지난해에 비해 10%가 줄어들었고 경기가 좋았던 80년에 비해서는 40%나 줄어들었다. 브로드웨이 극장가는 올해에도 33개의 새 작품들을 공개했는데 이중에서 흑자를 낸 것은 5작품밖에 없었다.
이유는 TV의 영향이란 해묵은 타격에다가 제작비의 엄청난 증가로 모험을 하기가 어려운 분위기 때문이다.
지난해 퓰리처상의 연극부문이 대상작품이 없어 수여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미국연극계의 저조를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브로드웨이와 마찬가지로 늘 브로드웨이에 새로운 작품을 제공해온 지방공연장도 어려움을 겪고있다.
지난 15년 동안 퓰리처상을 받은 모든 작품은 이들 지방공연장에서 나왔다는 사실이 보여주듯 연극의 수준 면에서는 이들 지방공연장이 미국 연예계를 대표해왔다.
전국에 있는 2백17개의 지방극장(비영리) 중 80년이래 30개가 문을 닫은 사실은 관객수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이들 공연장이 얼마나 어려움을 겪고있는지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유럽의 여러 나라와 마찬가지로 미국의 극장도 정부 및 기업이 제공하는 지원금으로 입장료를 일반관객 수준에 묶어두고도 적자를 면하는 방파제로 삼아왔다.
유럽에 비하면 적은 액수이지만 미국서도 연방 지방정부가 비영리극장에 제공하는 지원금은 해당 극장의 총예산 중 최고20%까지 되는 경우도 있다. 또 대기업들도 지방문화육성을 통해 자체홍보를 하기 위해 지원금을 내고있다.
이와 같은 지원금에도 불구하고 공연장들이 수지균형을 맞추기가 어려운 이유는 지난 10년 동안 3백%가 늘어난 제작비 때문이다. 현재 지방극장의 입장권은 10∼20달러, 브로드웨이 입장권은 25∼최고 50달러 정도인데 앞으로 아무리 제작비가 더 올라가도 입장료는 이미 상한선에 와 있어서 더 올리기 어렵게 되어 있다.
그래서 나타난 현상이 이른바 『예술적 결손현상』이라는 것이다. 국가예술지원처(NEA)가 84년도 보고서에서 처음 쓴 이 용어는 극단 측이 제작비를 줄이기 위해 출연자수가 적고 무대장치가 간편하며 의상이 복잡하지 않은 현대극을 선택하는 경향이 일고 있는 경향을 꼬집은 것이다.
그렇게 해서 재정상의 적자는 면할 지 모르나 결과적으로 예술의 질 면에서 결손이 온다는 지적이 그 용어 속에 들어있는 것이다. 【워싱턴=장두성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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