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의장·노 총리·3당 대표 대화 내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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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 신민당 총재=공산당의 언행에는 항상 기만성이 들어 있으므로 그들이 무엇을 한다고 속아서는 안 될 것입니다. 우리는 그들보다 강하고 힘이 있다는 인식을 그들에게 식어주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대응댐 건설에 필요한 예산 책정은 국민들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것으로 보입니다.
▲노 민정당 대표=대응댐 건설에 국민의 단합된 힘이 과시되었으면 좋겠고, 특히 정치인들의 이해와 타협이 요망된다고 봅니다.
▲이 의장=대응댐이 산업용으로도 쓸모 있는 것입니까.
▲노 총리=우리의 건설 능력이 북한보다 월등하므로 해외 장비를 동원해서라도 피해를 보지 않도록 조속히 대응댐을 건설 할 것입니다.
금강산댐 건설 등에서 나타난 북괴의 침략의도, 김일성 사망설 유포를 통한 고도의 심리전으로 국민들의 심리가 매우 불안하고 긴장돼 있습니다. 이와 함께 얼마 전 건대에서 있었던 좌경 의식화 된 학생들이 벌인 소요 사건의 후유증이 가시지 않고, 그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태에서 29일의 서울 대회와 같은 대규모의 군중 집회를 갖는다면 집회의 원래 취지와는 달리 여러 가지 사회 불안을 야기하고 국가 질서를 파괴하는 위험한 요소들이 많습니다.
특히 서울 대회에서 불순분자가 난동과 폭력을 일으킨다는 정보가 있어 인천 사태보다 월등히 불행한 사태가 염려되며 북한에 오판의 소지를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서울 대회를 중지해 줄 것을 마지막으로 부탁드리고자 합니다.
▲이 신민당 총재=나도 여러 가지 심사숙고를 했지만 총재 혼자서 결정할 문제도 아니고 우리 당으로서도 이미 여러 채널을 통해 결정한 것인 만큼 이제와서 중지하기는 곤란합니다.
우리 당으로서도 과격 운동권 사람들이 불순한 비라를 뿌리는 등의 행위와 과격 시위는 용납하지 않을 방침이며 대회는 어디까지나 평화적으로 치를 생각입니다.
만일 불순분자들이 난동을 부린다면 우리는 그것을 대회 방해 행위로 간주해 그런 일이 없도록 당으로서도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처음부터 여의도를 대회 장소로 허가해 주었으면 불상사도 안 일어나고 좋았을텐데요.
▲노 총리=민주화나 민주주의라는 것은 댁을 쌓는 것처럼 단계적인 것이지 하루아침에 이룰 수 있는게 아니지 않습니까.
일본도 민주주의를 하는데 1백20∼30년 걸렸지요. 차근히 민주주의를 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대통령도 임기가 끝나면 청와대를 떠난다고 밝힌 만큼 거듭 말씀드려 법대로 차근차근 민주주의를 키워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지금 입수된 정보에 따르면 불순분자들이 사제 폭탄을 폭발시켜 그 희생자의 시체를 들고 정부가 저지른 일이라며 선동할 계획이라고 하니 이런 불행한 사태가 생겼을 때 덕보는 사람은 김일성 한 사람 뿐입니다.
▲이 신민당 총재=서울 대회까지로 몰고 오게 한 근원이 어디 있습니까. 나는 그동안 기자 회견·대표 연설 등을 통해 여러 차례 대표 회담·영수 회담 등을 공식 제의했으나 그쪽에서 거부해 끝내 이뤄지지 않았던 것입니다.
선택적 국민 투표는 물론 우리가 제의한 각종 대화를 그 쪽은 모조리 거부했기 때문에 결국 대화 분위기는 깨졌고 서울대회를 하지 않으면 안될 상황으로 몰아가게 되지 않았습니까.
이제 서울 대회는 어떤 한사람의 임의대로 하고 안하고 할 문제가 아닙니다. 그렇게 불상사가 염려된다면 대회 장소로 여의도 광장을 허가하고 평화적으로 대회를 치를 수 있도록 협력해 주는게 더 바람직할 것입니다.
나는 인천 사태에 대해 정부·여당이 보는 것과는 견해가 다릅니다. 어떻게 수배했던 장기표·정동년이 나타나서 연설 할 수 있었겠습니까. 우리도 이번 대회에서 질서 파괴와 혼란을 깊이 우려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사태가 없도록 노력할 생각입니다.
지금 상황은 민정당도 의원 내각제를 내놓고 강하게 주장하지만 우리 신민당도 2·12 총선 때의 공약 사항이므로 대통령 직선제에서 한 발짝도 물러 날 수 없는 형편입니다.
이런 상황에선 국민 의사에 그 선택을 맡기는 선택적 국민 투표 밖에 해결의 길이 없다고 봅니다.
선택적 국민 투표는 지금까지의 정통성 시비를 해결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야당도 국민이 택하는 방향으로 따를 수 있을 것입니다.
▲노 민정당 대표=서울 대회 이야기가 나올 때부터 우리가 몹시 걱정하며 중지나 연기를 요청했을 때 총재께서는 「내가 책임지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인천 사태 당시 장·정을 잡지 않은 것은 사건의 확대를 우려했기 때문인데 어떻게 정부 조작이라고 터무니없는 말을 할 수가 있는 것입니까.
우리가 용공주의자를 척결하려 하면 민주 인사를 탄압한다고 해 내용을 모르는 사람은 그 말을 믿고 외신도 그렇게 생각해 고충이 많습니다.
신민당이 서울 대회를 강행하는 큰 이유 중 하나로 선택적 국민 투표 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점을 들고 있는데 이는 매우 합리성이 없습니다. 현 헌법상 개헌안은 국회의 통과를 끝낸 다음 국민 투표에 부치게 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언제 장기 집권 한다고 했습니까. 대통령도 그만 둔다고 했고, 우리는 틀림없이 평화적 정권 교체를 하며 그 말을 바이블처럼 믿고 있습니다.
서울 대회를 중지해주는 차선책을 연구 해 줄 수는 없습니까.
▲이 신민당 총재=이제 서울 대회는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어 있으며 그런 점에서 야권에서도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파국으로 가서는 안되겠다는 내 마음에 변화는 없으며 나도 정국을 풀어보려고 노력도, 걱정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이 국민당 총재=파국을 막고 국가 백년대계를 생각하는 차원에서 무엇보다 헌특을 정상화해 개헌 문제는 국회 안에서 논의하는 것이 좋겠지요.
12월18일로 돼 있는 기한도 연장하고 선택적 국민 투표도 헌특에서 논의해 봅시다. 어디까지나 개헌 문제는 국회 안에서 매듭짓도록 해야겠습니다.
▲이 신민당 총재=헌특도 누구 때문에 중단됐습니까. 공청회 실황 중계만 해도 여당이 먼저 제의했다가 다른 소리를 하지 않았습니까.
최소한 한번만이라도 해보고 문제가 있어 시정하자고 했으면 우리도 재검토 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여간 헌특 문제도 서울 대회가 끝난 후 재론 해 보지요.
▲노 민정당 대표=개헌 내용 중 일부에 불과한 권력 구조 문제를 핑계로 헌특을 지금까지 중단해 온 것은 타당성이 없는 일입니다.
헌특에 들어와 개헌과 관련 된 것도 논의하면서 공통점을 찾고 또 이 과정에서 선택적 국민 투표에 관한 의견이 있으면 논의 대상이 안 될 턱이 없습니다. 그런 이유로 헌특을 중단하고 거리에 나오는 것은 극히 위험한 발상입니다.
▲노 총리=신민당이 서울 대회를 끝까지 강행한다면 공권력으로 이런 불상사를 사전에 막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신민당 총재=(일어서면서) 나한테 통고하는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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