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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구조조정 대책 급한데…또 임기말 ‘결정 장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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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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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넷째)이 주재한 경제관계장관회의가 지난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렸다. 이날 회의에는 주요 부처의 장관들이 참석하지 않았거나 차관이 대신 나왔다. 왼쪽부터 정은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이정섭 환경부 차관,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유 부총리, 이석준 국무조정실장. [뉴시스]

“회의는 지금도 차고 넘칩니다. 횟수보다 내실이 문제지요.”

외환위기·카드대란·버블세븐
역대 정권 교체기마다 경제위기
컨트롤타워 없이 맹탕회의 반복
“경제 부총리에게 힘 실어주고
투명성·실효성 살린 회의체로”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9일 ‘경제팀’ 회의를 매주 열겠다고 한 직후 한 경제부처 관계자에게서 나온 반응이다. 현재도 ‘경제관계장관회의’와 구조조정 방향을 논의하는 ‘산업경쟁력 강화 장관회의’ 등이 정기적으로 열리고 있다. 문제는 이런 공식 회의에서는 부처 수장 간에 치열한 논쟁이나 밀도 있는 논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는 “주로 사전에 조율된 안건을 통과시킬 뿐 현안을 심도 있게 논의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장관들의 참석률이 저조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19일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도 공식 안건 외에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생산 중단, 현대차 파업 여파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의 주형환 장관이 해외 출장으로 자리를 비운 데다 대리 참석한 차관도 산업정책 담당인 1차관이 아닌 에너지·통상 분야를 담당하는 2차관이었다. 부동산 대책을 놓고 논란이 커지는데도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 장관은 물론 차관도 회의에 참석하지 않아 관련 논의는 아예 이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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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에서 정책의 방향을 잡지 못했는데도 부처별로 조율되지 않은 발언이나 조치가 불쑥 나오면서 시장의 혼선은 커지고 있다. 강호인 국토부 장관은 지난 14일 국정감사에서 “(부동산) 과열 현상이 이어지면 단계적·선별적 시장 안정책을 강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게 다였다. 국토부는 이후 일주일째 ‘예의 주시’만 할 뿐 별다른 처방을 내놓지 않고 있다. 반면에 금융당국은 보금자리론 대상 축소 등 부동산 시장의 돈줄을 죄었다.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이유다.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처방을 내놓지 않겠다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100% 대책을 내놓겠다고 말하기도 어렵다”고 애매하게 말했다.

엇박자와 늑장 대처에 혼선이 커지는 사례는 이뿐이 아니다. 해운업 구조조정은 금융당국과 해운 주무부처 등의 손발이 맞지 않아 후유증을 치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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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임기 막판 공직사회 권력 누수, 정책 컨트롤타워 실종은 반복되는 현상이다. 대형 경제위기는 대부분 정권 교체기에 닥쳤다. 1997년 외환위기는 김영삼 당시 대통령 임기 마지막 해에 터졌다. 2003년 카드 사태도 마찬가지다. 노무현 정부 말기에는 ‘버블 세븐’이란 신조어까지 나올 만큼 부동산 경기가 끓어올랐다가 급락했다. 2008년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란 외풍까지 겹쳐 국내 경제가 입은 충격은 더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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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호 경제팀 역시 리더십을 재정비하고 관료들의 기강을 다잡지 않으면 이 같은 ‘임기 말 맹탕 회의 증후군’에 맞닥뜨릴 수 있다는 우려다. 정부 역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대책을 고민하고 있다. 앞으로 매주 열릴 ‘경제팀 회의’의 참석 범위를 핵심 경제장관으로 좁히고, 적극적으로 논의하고 소통하는 형식을 갖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은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대통령이 경제부총리에게 확실히 힘을 실어줘야 한다”면서 “장관들끼리 민감한 현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하는 서별관회의의 실효성을 살리되 투명성을 보완하는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조현숙·이승호·황의영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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