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회, 파업자제 결의할 만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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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한나라당이 국회에서 파업자제 권고 결의안 채택을 추진하고 있다. 당면 최대 현안인 경제난을 풀기 위해 노사가 화합해 1년간은 파업을 중지하거나 자제하도록 하자는 내용이다.

국회가 결의안을 채택한다고 해서 파업을 금지하거나, 노조에 이를 수용하도록 강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것을 국민적 공감대로 만들어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한 계기로 진전시키는 것은 정치권이 해야할 일이라고 본다.

노사문제는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이미 상당수 국민이 노사분규의 심각성을 우려하고 있다. 얼마 전 한국갤럽의 설문조사에서는 5명 가운데 4명이 현재의 노사분쟁이 심각(83.4%)하며, 당분간 파업을 자제해야 한다(82.3%)고 답변했다. 경제가 위기로 치닫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이 고질적인 노사분규라는 인식을 반영하고 있다.

생산성본부의 조사에 따르면 노동생산성은 3% 증가했는데 임금은 11%나 올랐다고 한다. 한달 넘게 계속되고 있는 현대자동차의 파업으로 1조4천억원대의 생산 차질이 발생하고, 해외공장의 가동이 중단되고, 해외 생산.판매 기반마저 잃어버릴 위기를 맞고 있다고 한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주도권 다툼으로 문을 닫는 회사가 나오고, 반월-시화 공단의 공장 30%가 중국으로 옮기는 등 제조업체들이 줄줄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이러니 한국에 투자한 것을 후회한다는 외국인투자자의 심정이 이해가 된다.

직장폐쇄로 기업도 손해를 보지만 최대 피해자는 결국 일자리를 잃게 되는 노동자가 될 수밖에 없다. 대학생들이 노사분규에 가장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갤럽조사 결과는 일자리의 감소에 따른 극심한 취업난 때문일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도 "(노조가 협상을)시작하기 전 파업부터 결정해 놓고 뜨거운 맛을 보여주려 하는데 이래서는 안 된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그렇다면 말로만 그칠 게 아니라 뭔가 노사분규 억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여당도 야당의 파업 자제 권고 결의안을 수용, 정치권이 모처럼 민생안정에 힘을 쏟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