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 3대감독들 회오리 곽지균·김용진·최원영·신승수 등 앞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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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영화계에 새바람이 불고 있다. 역량있는 신인감독들이 잇따라 등장, 기성감독들에 못지않은 수준높은 작품을 내놓고 있다.『겨울나그네』의 곽지균,『영웅연가』 의 김용진, 『가슴을 펴라』 의 최원영,『달빛 사냥꾼』 의 신승수감독.
이들은 첫 작품으로 올해 최고의 흥행기록을 세우는가 하면 (겨울나그네), 정상급 감독들의 작품과 어깨를 나란히 「좋은 영화」에 선정되는 등 막강한 영 파워를 과시하고 있다.
올들어 영화진흥공사가 선정한 「좋은 영화」 8편 가운데 절반인 4편이 바로 이 신인감독들의 작품이다. 이들외에 김수용·임권택·이두용·이장호 감독의 작품이 뽑혔을 뿐이다.
신인감독들은 참신하고 이색적인 소재와 깔끔한 연출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성감독과 같은 현란한 기교는 없어도 절제된 연출로 싱싱한 영상을 보여준다.
아직은 곳곳에 미숙함도 엿보이지만 웬만한 기성감독들보다 완성도면에서 오히려 한발 앞서는 무서운 저력도 보여준다.
이들의 등장은 영화법개정에 따른 제작자유화와 궤를 함께 한다. 꿈과 능력은 있으나
기존영화사체제에 묶여 빛을 보지 못하던 신인감독들이 근래들어 스스로 영화사까지 차리고 (김용진·최원영)활짝 나래를 펴기 시작한 것이다.
이름난 감독만 편애해 오던 기존 영화계는 서서히 이들의 「도전」에 주목하기 시작했다.이들의 작품을 지켜본 제작자 이모씨는『무엇보다 그들의 열의에 감탄했다. 영화사들이 감독들의 네임 밸류에 기대던 시대는 이제 지나갔다』고 단언했다.
데뷔작『겨울나그네』로 36만여명의 관객을 끌어들이는 큰 흥행성공을 거둔 곽지균감독 (32) 은 서울예전대졸업후 임권택·배창호 감독의 조감독으로 8년 동안 「현장」을 배운 신인.
김용진감독 (36) 은 중앙대를 나와 몇편의 연극을 연출했던 경험이 있을뿐 영화에는 문외한이지만 의욕하나만으로 만들어낸『영웅연가』는 어느 경험많은 감독의 작품보다 완성도가 높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가슴을 펴라』를 만든 최원영감독(41) 은 영화사 (CM랜드)를 차리고 도전하고 나선 의욕있는 신인이다. 한양대영화과를 졸업하고 국립영화제작소에서 극영화 연출을 익혔으나 75년이후 줄곧 CF를 만들어왔다. 『가슴을 펴라』 는 최감독이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스스로 시나리오까지 쓴 작품. 지금까지의 계몽영화와는 달리 극적 재미와 깊은 감동을 준다.
신승수감독(32) 은 지난해 첫작품『장사의 꿈』으로 백상예술상 신인감독상을 받았던 「무서운 신인」. 『달빛 사냥꾼』 은 가정파괴범에게 희생된 신혼부부의 극한적인 갈등과 복수심리를 통해 현대의 사회문제를 투영한 작품이다.
영화평론가 김종원씨는 『이들은 선배들과는 다른 신선한 영상감각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의 의욕과 도전은 우리영화계의 앞날에 큰 활력소가 될 것』 이라고 말하고『이들이 제2, 제3의 작품을 통해 어떻게 자기 스타일을 굳혀 나가느냐에 성장의 관건이 달려 있다』며 주목한다.

<이창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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