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클린턴 굳히기냐 VS 잃을게 없는 트럼프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기사 이미지

클린턴(미 민주당 대선후보·왼쪽)과 트럼프(미 공화당 대선후보) [중앙포토]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가 19일(현지시간) 힐러리 클린턴과의 마지막 대선후보 TV 토론에서 묘수를 내야 하는 위기에 처했다. 18일까지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는 클린턴의 압승세다.

워싱턴포스트(WP)와 서베이몽키의 여론조사에서 클린턴은 15개 경합주 중 9개 주에서 앞섰다. WP 추산에 따르면 클린턴은 대선 승리에 필요한 선거인단 과반수(270명)를 훌쩍 넘는 304명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폴리티코는 “첫 TV 토론 이후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는 최근 20년간의 주요 정당 후보로는 최저 득표율을 얻는 지경으로 가고 있다”며 “트럼프가 역사의 질책을 당하는 수준에 위태롭게 근접해 있다”고 지적했다.

반대로 클린턴은 미국 언론의 압도적인 지지 선언을 받는 가운데 패션 잡지인 보그까지 지지에 가세했다. 보그 잡지가 대선 후보 지지 선언을 한 것은 처음이다. 이날 피터 아그레 존스홉킨스 의대 교수, 로버트 쉴러 예일대 교수 등 노벨상 수상자 70명이 클린턴 지지 선언을 발표했다.

3차 TV 토론은 그래서 클린턴이 대세를 굳히거나 트럼프가 반전의 불씨를 살릴지를 가늠할 마지막 관문이다.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네바다대에서 열리는 3차 토론은 부채ㆍ사회보장혜택, 이민, 경제, 대법원, 외국 분쟁 지역, 대통령 적합도 등 6개 주제를 놓고 90분간 진행된다. 3차 TV 토론엔 국제 이슈가 포함돼 있어 미국 조야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북핵 문제가 토론 현안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잃을 게 없는 트럼프는 마지막 TV 토론 역시 2차 토론 때처럼 난타전을 예고했다. 트럼프는 지난주부터 “사기꾼 클린턴을 지지하는 언론의 왜곡으로 선거가 완전히 조작됐다”는 선거조작론을 내걸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에 “(이런 주장은) 전례 없는 일”이라며 “그만 징징대고 득표전에 집중하라”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왜곡 언론 대 바닥 민심의 프레임을 TV 토론에 들고 나와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태세다. 최근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클린턴측 e메일에 “무역 장벽에 대항해야 한다”는 클린턴의 과거 강연 내용이 드러난 것도 트럼프의 공세 소재다.

트럼프는 클린턴을 자극하는 심리전도 구사한다. 2차 TV 토론 때 청중석에 빌 클린턴 전 대통령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여성들을 앉히더니 이번엔 클린턴 국무장관 시절인 2012년 리비아 벵가지의 미국영사관 피습사건 때 살해당한 희생자의 어머니를 토론장에 초청했다. 트럼프는 오바마 대통령의 이복 형제인 케냐 출신의 말리크 오바마도 현장에 불렀다. 말리크 오바마는 클린턴을 비판하며 트럼프를 지지해 왔다.

앞서가는 클린턴은 트럼프와는 입장이 다르다. 트럼프의 공격에는 매섭게 반격하면서도 동시에 ‘트럼프는 안 된다’가 아니라 ‘클린턴이 돼야 한다’를 유권자들에게 각인시키는 마지막 기회가 이번 토론이다. WP는 “이번 토론에서 클린턴의 과제는 트럼프를 깎아 내리는 것과는 관련이 없다”며 “강력하면서도 긍정적이며 설득력 있게 클린턴 대통령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와 흙탕물 논쟁으로 90분을 소비하기 보다는 기회가 왔을 때 풍부한 국정 경험과 대통령 자질을 부각해 ‘클린턴 시대’를 미리 보여주는 게 낫다는 권고다. 월스트리트저널도 “민주당 지지자들은 대선이 성추문 비방전으로 변질되자 클린턴이 이 나라를 위한 긍정적인 비전을 상세히 보여주기를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3차 토론은 1차 토론과 동일하게 청중의 질문을 상대하는 타운홀 방식이 아니라 후보끼리 맞붙는 대결 방식이다. 설전을 피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클린턴은 트럼프 지지층을 과도하게 자극해 투표장으로 향하게 하지 않아야 하는 숨은 숙제도 안고 있다. 이 때문에 클린턴이 어디까지 수위조절에 나설 지가 관전 포인트가 됐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