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근한 승자 시총 증가율 1위 현대중공업그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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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0대 기업집단 중 올해 시가 총액이 가장 많이 상승한 기업은 현대중공업그룹으로 나타났다. 최근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잇따라 해외 수주에 성공한데다 주가도 상승세를 타면서 ‘조선업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10대 기업집단의 상장사 시총(우선주 포함)은 714조3320억원(10월 12일 기준)으로 지난해 말과 비교해 5.4%(36조4911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그룹별로 현대중공업그룹 시총이 8조3725억원에서 13조1720억원으로 57.3% 증가해 증가율 1위를 기록했다.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를 겪고 있는 삼성그룹 시총은 326조9696억원에서 352조1561억원으로 7.7% 증가했다.

현대중공업 주가상승률은 지난해 말과 비교해 73.7% 상승해 주요 국내 기업집단 중 상위 2위를 기록했다. 이날 주가는 전날보다 1.02%(1500원) 오른 14만8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올해 1월 7만9400원으로 최저가를 찍은 뒤 반등해 줄곧 상승세를 이어왔다.

현대중공업뿐 아니라 조선업 관련 주가도 동반 상승세를 타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도 주가 상승률 51.8%를 기록해 기업집단 중 상위 7위를 차지했다. 삼성중공업은 같은 기간 5% 하락했지만, 올해 최저가를 기록한 5월 24일(8340원)과 비교하면 23.5%의 상승했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서 조선업 경기 반등론도 나오고 있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각국 해운사들이 한진해운처럼 선박을 바꾸지 않으면 도태될 것이라는 인식에 발주를 시작했다”며 “유가 하락으로 수송 빈도가 높아지면서 원유 탱커 수요도 늘어나는 것도 긍정적인 영향”이라고 말했다. 유재훈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새로운 선박 발주는 올해 저점을 통과해 내년 점진적인 회복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그리스와 벨기에의 한 해운사와 각각 유조선 2척의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영국 석유회사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이 발주한 1조원 규모의 멕시코만 반잠수식 원유생산설비 사업자로 내정됐다. 앞서 최근 유럽 해운사와 유조선 4척과 액화천연가스(LNG) 2척 계약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다만 조선업을 담당하는 한 정부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 문제가 남아 있는데다 규모가 큰 해양플랜트 수주 실적 몇 건으로 경기가 회복됐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반등론에 선을 그었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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