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하소설시대』열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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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역사를 통해 한시대의 모습을 총체적으로 그리는 대형문학이 활기를 띠고 있다.
과거에는 단순한 역사소설들이 대작의 주류를 형성했으나 80년대이후부터 불어닥친 소설의 대형화 경향과함께 최근 대작역사소설들이 문학성을 획득하며 본격문학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이같은 작업에는 지속적으로 사회·역사성을 작품속에 불어 넣는 본격 작가군이외에도 이른바「70년대작가」라고 명칭붙은 인기작가들까지 적극적으로 참여해 자신의 문학세계를 대표할만한 작품을 쏟아내고있다.
80년대 초·중반에 완결됐거나 현재 집필중인 작품들로는 황석영씨의 『장길산』 과 『백두산』 , 김주영씨의 『객주』『활빈도』, 김원일씨의 『불의 제전』, 조정래씨의 『태백산맥』 , 한수산씨의『유민』 , 이병주씨의 『지리산』 , 최인호씨의 『잃어버린왕국』 , 박경리씨의 『토지』등을 꼽을 수 있다.
황석영씨는 조선조 숙종때의 천민광대출신의 의적이야기를 담은 대하역사소설 『장길산』 (전10권) 을 84년 완결지은후 현재 더욱 방대한 규모의 장편 『백두산』 집필을 시작했다.
민족생활사란 부제가 붙은 이『백두산』을 통해 작가 황씨는 민족형성기로부터 8·15해방에 이르기까지 우리민족이 걸어온 역사의 현장을 파헤칠 야심이며 분량은 『장길산』 의 2배인 원고지 3만장규모 (전20권).
김주영씨는 조선시대 보부상 집단을 주인공들로 해당시 민중들의 삶을 그러낸 대하소설 『객주』(전9권)를 83년 출간한후 올해안으로 장편 『활빈도』를 완결지을 예정이다.
『활빈도』 는 조선후기 농민들과 행상인들이 봉건사회에 대항해 만든 조직을 통해 서민의 삶을 재현한 작품으로 6천5백여장이 현재 집필완료되었다.
김원일 씨의 『불의 제전』은 단편 『미망』 등을 통해보였던 6·25에 관한 관심을 증폭시켜 본격적인 대하소설로 그리고 있다.
80년부터 시작해 6년깨 집필중인 이 작품은 1만2천장분량 (전8권) 을 예상하고 있다.
조정래씨와 『태백산맥』(현재 3권간행)은 6·25직전에 발생했던 여순반란사건을 배경으로한 장편.
현재 1부 4천5백장의 집필이 끝났는데 앞으로 1만5천장 (전10권) 으로 예정하고 있다.
한수산의 『유민』 은 사회적 변화속에서 파괴되어가는 한 농촌가정을 3대에걸쳐 추적한 장편으로 현재 2권이 단행본으로 나와있고 12월내로 또 1권이 출간된다.
도시적 감성의 소설을 집필해온 한씨가 작가적 변모를 시도한 최초의 대작으로 모두 12권을 예정하고 있다.
이병주씨의 장편『지리산』(전7권) 은 일제말 학병을 피해 지리산으로 숨어든 젊은이들이 이데올로기의 격한 대립속에 좌절해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85년10월에 완간된 이 작품은 기록문학이라고 불릴정도로 실존인물들의 이야기가 짙게 깔러있다.
우리문학의 지평을 넓힌것으로 평가되는 박경리씨의 『토지』 는 제7권째가 나온뒤 일제시대의 민족사부분에서 집필의 진통을 겪고 있으며 역시 70년대 대표적 인기작가인 최인호씨는 일본고대사를 우리민족의 이민사로 재조영한 『잃어버린 왕국』 을 집필하고있다.
이같은 경향에 대해 문학평론가 정현기씨는 『80년대작단의 괄목할만한 추세인 소설의 대형화현상과 함께 역사소설의 문학성·사회성획득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 며 『이 작품들이 독자들의 큰 주목을 받은 것은 이들의 예술세계가 단지 과거의 이야기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첨예한 역사의식을 작품속에 불어넣음으로해서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가 될수 있다는 점』 이라고 밝혔다.<양헌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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