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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유상철의 직격 인터뷰

“북한이 먼저 전쟁 일으킨다면 중국은 한국 편에 설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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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유상철 기자 중앙일보 중국연구소장 · 차이나랩 대표
김상선
김상선 기자 중앙일보 부장

자칭궈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장에게 북핵 해법을 묻다

지난 7월 초 한국 정부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결정 이후 역대 최상으로 평가받던 한·중 관계는 한순간에 얼어붙었다. 국내에선 한동안 방한 중국 관료는 물론 학자 또한 찾아보기 어려웠다. 대북제재를 놓고 한·중이 엇박자를 내는 것은 물론 중국은 북한에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다.

북한의 재래식 무기 공격 때문에
사드론 서울 안전 문제 해결 못해
한국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아
중국은 여전히 한국의 재검토 희망

북한이 핵 개발의 길 계속 걸으면
중국도 북핵 저지를 최우선 할 것
북한 내부서 문제 발생할 공산 커
관련국 정부·민간 대책 논의 필요

중국은 왜 북핵 불용(不容)을 외치면서도 대북제재엔 미온적이고 또 한국을 중시한다면서도 한국의 사드 도입엔 반대 목청을 높이는 걸까. 또 중국이 생각하는 북핵 해결 방안은 무얼까. 이와 관련, J글로벌·채텀하우스·여시재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중국 내 최고의 미국통 자칭궈(賈慶國) 중국 베이징(北京)대 국제관계학원 원장을 10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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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칭궈 중국 베이징대학교 국제관계학원 원장은 “중국이 갈수록 북핵을 중국의 위협으로 받아들이는 변화를 보이고 있다”며 “한국이 중국에 이래라저래라 재촉할 게 아니라 중국이 스스로 변화하도록 여유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 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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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가을엔 한국이 중국에 기울었다는 ‘중국경사론(中國傾斜論)’이 나왔다. 한데 지금은 한·중 관계가 냉랭하기만 하다.
“대다수 중국인은 중·한 관계가 여전히 좋다고 생각한다. 경제나 문화 교류 또한 빈번하다. 그러나 중국 입장에서 말하면 한국이 중국의 비교적 큰 이익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 결정할 때는 미리 중국과 상의하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사드 배치 결정이 중국과 상의 없이 이뤄졌다는 것인가.
“적어도 중국이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결정됐다고 할 수 있다. 사드 배치로 한국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다. 북한은 재래식 무기로도 서울을 공격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 사드 아닌 더 고성능의 무기로도 서울의 안전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만일 중·한 관계가 좋다면 중국은 한국에 보다 많은 안전을 제공할 수 있다. 북한을 압박할 수 있고 또 만일 북한이 먼저 전쟁을 일으킨다면 중국은 한국 편에 설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사드 문제로 중·한 간에 충돌이 생겼고 이는 결코 한국에 이롭지 않다.”
자 원장은 중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드 배치의 근본 원인이 북한 핵에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한반도 사정을 자세히 추적해 보면 나와 같은 결론을 얻게 될 것이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몇몇 다른 이유로 인해 그렇게 말하려 하지 않는다. 이들은 미국의 음모라면서 미국이 사드 배치를 마음먹고 한국에 시키니 한국이 그렇게 했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는 한·미 관계를 잘 모르고서 하는 이야기다. 한국 정부의 자주성을 지나치게 낮게 본다.”
북핵 해결과 관련해 ‘중국의 역할’에 거는 한국의 기대는 크다.
“인내가 필요하다. 중국에 이래라저래라 재촉하는 것은 효과가 없다. 현재 중국의 한반도 정책은 변하고 있다. 물론 그 변화 속도에 한국이 만족해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은 변하고 있으며 변화의 방향은 옳다. 중국은 갈수록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왜냐하면 점점 더 많은 중국인이 북한의 핵무기 개발이 다른 나라뿐 아니라 중국에 대해서도 날이 갈수록 더 큰 위협이 돼 가고 있다고 인식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국은 과거보다 한층 더 강경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는 커다란 변화의 흐름이다. 과거엔 이 문제가 미국 일이고 미국에 대한 위협이라고 봤지만 이제는 중국 일이고 중국에 대한 위협이라고 본다. 한국이 중국에 좀 더 여유를 줘 중국 스스로 변하게 해야 한다. 아마 최종적으론 중국이 한국보다 더 서두르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지금 당장 중국에 압력을 가해 중국에 이래라저래라한다면 중국은 이는 당신이 신경 쓸 일이고 중국의 일이 아닌 당신의 일이라고 여기게 될 것이다. 국제 관계란 참 미묘한 것이다.”
한국은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을 우려한다.
“한국이 중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드 배치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중국 정부가 어느 방면에서는 불만을 표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이 보복이라고 생각하는 많은 것은 사드 배치와 관계없이 그저 때가 돼 터질 일이 터진 것일 수도 있다.”
사드 부지 결정 등 사드 배치의 진전에 따라 중국의 보복 수위도 높아지리라 보나.
“중국의 불만 표시는 있을 수 있다. 그게 어느 수위까지 올라갈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중·한 관계는 한국은 물론 중국에도 매우 중요하다. 중국 정부는 여전히 한국 정부가 사드 문제를 다시 검토해 일부 조정해 주기를, 특히 사드 배치가 중국 안보에 미치는 잠재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조치를 취해 주기를 기대한다.”
사드 배치로 냉각된 한·중 관계를 어떻게 회복해야 하나.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신중해야 할 것이다.”
혹시 중국은 내년 한국 대선 때까지 기다려 보자는 것 아닌가.
“그렇지는 않다. 한국이 취할 수 있는 일이 있다. 중국이 제시한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에 한국이 적극적으로 호응하는 게 한 예다. 중국과 한국이 일부 프로젝트를 공동 추진한다면 쌍방 모두 좋은 일이다. 또 한반도 문제에서도 더 많은 상의를 하게 될 것이다. 이해가 일치하는 걸 먼저 추진하면서 이견은 점차 좁혀 나가는 구동존이(求同存異) 정신이 필요하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행동은 거칠 게 없어 보인다. 중국이 북한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즉 기댈 게 있어서가 아닌가.
“그는 북한이 중국의 전략적인 완충 지역에 해당하기 때문에 중국이 결코 북한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 보는 것 같다. 중국 내에서도 이렇게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그보다는 중국이 아직까지는 북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확고한 결심과 의지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서 행동하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중국이 북한에 유화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정은의 방중 가능성은.
“북한이 핵실험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 한국이 사드를 배치한다면 김정은의 중국 방문 가능성은 커질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을 방문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중국이 동참하고 있지만 ‘구멍’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런 걱정이 있지만 중국의 대북제재는 과거에 비해 더 엄격하게 집행되고 있다. 일각에선 중국이 원유와 식량의 대북 공급을 끊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경우 수많은 북한 인민이 굶어 죽는 등 엄청난 후과(後果)가 따를 것이다. 한국이 정말 이런 상황이 생기기를 바라나. 설사 많은 북한 인민이 굶어 죽어도 김정은 정권은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북핵 위협이 커지면서 한국 일부 인사가 ‘핵 무장’이나 ‘전술핵 도입’을 주장한다.
“중국 정부가 주의 깊게 봐야 할 대목이다. 몇 년 전 나는 중국이 북핵에 대해 보다 강경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는 글을 쓰면서 만일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면 이는 다른 나라들의 핵무기 개발을 자극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중국의 주변 국가들이 핵보유국이 된다면 핵전쟁 위험은 더 높아지고 이는 중국에 커다란 위협이 된다. 현재 중국의 점점 더 많은 이가 이 같은 위험을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본다.”
최근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미국 정부가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과 개인을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세컨더리 보이콧을 실행에 옮기면 중국은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만일 김정은 정권이 현재와 같은 위험한 길을 계속 걷는다면 중국은 어느 날인가는 세컨더리 보이콧을 지지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물론 김정은이 최후까지도 변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순간까지 가야 하지만 말이다. 이 경우 중국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막는 걸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놓을 것이다. 현재는 아직 균형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을 뿐이다.”
미국에선 심지어 북한에 대한 ‘선제 타격’을 거론하는 이도 있다.
“그런 가능성은 북한의 핵무기 발전에 따라, 특히 장거리 미사일 발전에 따라 증가할 것이다. 중국은 이러한 상황 진전을 중시해야 한다. 만일 미국이 북한에 대해 ‘외과 수술식(surgical strike)’ 타격을 가한다면 한반도뿐 아니라 중국 주변 지역이 모두 혼란에 빠질 것이다. 핵 시설 파괴로 인한 오염은 중국에도 영향을 미친다. 핵무기는 어떻게 처리할지, 대량으로 발생할 난민은 어떻게 수용할지 등 고려해야 할 사항이 한둘이 아니다. 심지어 내전의 위험도 있다. 따라서 가장 좋기로는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도록 하는 것이다.”
미국은 다음달 대통령을 새로 뽑고 한국과 중국은 내년에 새 지도부 선출이 있다. 북한이 이런 시기를 이용해 몸값을 높이려 도발할 가능성이 크다. 어떻게 막아야 하나.
“먼저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를 엄격하게 준수해야 한다. 통치자에 대한 압박은 계속 하되 북한 주민의 생존 공간은 확보해 줘야 한다. 둘째는 협상과 소통의 강화다. 셋째는 비가 오기 전에 창문을 수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북한에 정작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와 관련해 1.5트랙, 아니면 적어도 민간 차원에서는 논의할 필요가 있다. 내가 보기엔 북한에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
자 원장이 생각하는 북핵 해법은 무엇인가.
“바로 단기간에 효과를 볼 수 있는 북핵 해법은 없다고 본다. 과거 이런저런 많은 시도를 해 봤다. 내 생각엔 6자회담의 여러 나라들, 그중에서도 중·미가 소통을 강화해 여러 경우의 수에 대한 서로의 의견을 분명하게 나눠야 한다. 특히 민감한 문제에 대해선 철저하게 이야기를 해 공감대를 형성해 놓는 게 필요하다. 그런 뒤 북한 자신의 변화를 기다려 보자는 것이다. 아마도 북핵 문제의 최종적인 해결은 북한 내부의 변화에 달려 있다고 생각된다. 현재 이런 문제들과 관련해 정부 차원에서 대화를 나눌 여건이 성숙돼 있지는 않지만 민간 레벨에서는 시작해야 한다고 본다.”

자칭궈는…

1956년 중국 허난(河南)성 출생. 베이징 외국어대 졸업 후 미국 코넬대에서 정치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고 귀국한 유학파 인물.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의 외교 책사로 불렸던 왕지쓰(王緝思)와 더불어 중국 내 최고의 미국 전문가 중 하나로 꼽힌다. 민주당파인 중국민주동맹의 일원이며 국정자문기관인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외사위원회 위원이기도 하다. 그는 한반도의 미래와 관련해 한국이 미국뿐 아니라 중국과도 전략적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유상철 논설위원
정리 도움=왕철 중국연구소 연구원
사진=김상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