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무역 역조 10년 후 해소된다"|일 경제연구센터 금삼구웅 이사장에게 듣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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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세계경제는 자본과 기술의 편재, 1차 산품가격의 하락등 불균형이 심화되는 가운데 개도국의 누적채무문제, 금융불안, 신흥공업국 (NICS)의 대두 등 격변기를 맞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처해 나가야 할 것이냐는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산업연구원(KIET)주최 한일 산업기술 협력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일본의 지도적 경제전문가 「가나모리·히사오」(금삼구웅) 일본경제 연구센터 이사장에게 얘기를 들어봤다.<편집자 주>
-지금의 한국경제를 어떻게 진단하고 있는가.
▲한국은 완전히 성장궤도에 진입했다. 지금의 한국경제는 일본이 고도 성장기에 접어들었던 60년대 초와 아주 흡사하다. 기술혁신이 진행되고 있으며 새 기술을 흡수, 수용할 노동력을 갖추고 있다.
60년대 초의 일본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일본은 국내에 자본 축적이 있었던데 비해 지금의 한국은 채무국이라는 점이다.
또 60년대 초는 세계경제가 확장기에 있었던 만큼 국제환경이 유리하게 작용했던데 비해 지금은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은 대일 무역적자로 고심하고 있다. 이를 해소하는 방안은 없겠는가. 해소가 가능하다면 그 시기는 언제쯤 될 것으로 보는가.
▲한국은 이미 경상수지 흑자국으로 돌아섰다. 전체수지에서 흑자를 내고있다면 일본과의 관계에서 적자가 나더라도 크게 구애받을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물론 대미관계 등에 간접적 영향이 없지는 않겠지만….
일본도 60년대 초까지는 미국으로부터의 수입초과로 고심했다. 그것이 지금은 과도한 수출초과로 입장이 바뀌었다. 나는 한일무역 문제도 그 같은 패턴을 밟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제품의 대일 수출초과로 무역마찰이 야기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얘기다. 현재의 무역역조가 해소되는 시기를 나는 10년쯤 후로 보고 있다. 결국 시간이 문제다.
-그런 경우 일본경제는 어떻게된다고 보는가.
▲일본도 계속 성장한다.
다만 일본의 산업은 철강·조선 등 종래의 기간산업으로부터 컴퓨터·로보트 등 첨단기술 분야와 서비스산업으로 산업구조 조정을 겪을 것이다.
국내 산업조정에 의해 국제분업 구조가 재조정된다는 얘기다.
-국제분업 조정을 위해서는 일본으로부터의 기술이전이 필요하다고 보는데.
▲그 점에서 일본은 섬나라 근성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 마땅하다. 내가보기에도 일본은 대외 경제협력에서 너무 근시안적이다.
지금의 국제경제 환경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문제인가.
▲지금의 세계경제는 밝은 면이 없는 것이 아니다. 유가하락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의 해소, 인플레의 진정, 기술의 진보, 신흥공업국의 괄목할 발전 등은 밝은 편이다. 그러나 어두운 면이 더 많다.
개도국의 누적채무, 통화불안, 미국의 대폭적인 정상수지적자, 보호무역주의의 대두, 미소간의 대립심화 등이 그것이다.
앞으로 세계경제는 이 같은 명암의 두 가지 힘이 어떻게 균형을 취하느냐에 따라 성장과 침체의 기로를 정하게 될 것이다.
-결국 어떤 방향으로 가리라고 보는가.
▲어두운 면을 보면 지금의 세계경제는 1929년 대공황 직전과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다. 특히 미국의 재정수지·경상수지 적자문제나 개도국의 누적 채무문제· 통화불안은 심각하다. 다만 어디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므로 이에 대응만 잘해나가면 외기를 넘길 것이다.
그러자면 각국의 협조가 긴요한데 현재로서는 협조가 잘되고 있다고는 할 수 없다. 특히 미국과 일본은 현재의 상황에 큰 책임이 있는데 문제해결을 위한 노력보다 책임을 떠넘기려는데 급급한 인상을 주고있어 걱정스럽다.
그러나 종국에는 위기를 잘 넘길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세계경제의 장래는 미국경제의 향방에 의해 그게 좌우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그리고 일부에서는 미국경제가 이미 활력을 잃고 유럽의 전철을 밟아 내리막길을 가고 있다고 우려하고있다. 미국경제의 장래에 대한 견해는.
▲미국은 작년에만 2천억 달러의 재정적자와 1천4백억 달러의 경상수지 적자를 냈다. 미국경제가 균형을 되찾으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러나 나는 미국이 유럽의 전철을 밞으리라 고는 보지 않는다. 미국은 무서운 잠재력을 갖고 있는 나라이며 다시 활력을 되찾을 것이다.
나는 미국경제가 다시 일어서는데 5년 정도가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본과 서독 등의 협조가 필요할 것이다.
-일본경제는 엔화 강세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엔화강세는 어느 선까지 진행될 것으로 보는가. 그리고 일본경제는 어느 선까지 견딜 수 있다고 보는가.
▲엔화의 대 달러 환율은 현재 달러 당 1백54엔 수준이다. 이것이 반년 정도 뒤에는1백40엔 수준까지 되며 2∼3년 뒤에는 1백20엔 수준까지 갈 것으로 본다.
일부에서 금년 말께는 1백70엔 수준으로 되돌아 갈 것이라는 견해도 나오고 있지만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일본은 현재 월 80억∼90억 달러의 정상수지 흑자를 내고 있고 연말 혹자누계는 9백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그런 만큼 엔화강세는 계속 진행될 수밖에 없다.
일본 경제가 어느 정도까지 엔화의 절상을 감내할 수 있을 것이냐는 시간과의 관계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 엔화절상이 완만하게 진행되어2∼3년 후에 1백20엔 혹은 1백30엔이 된다면 버틸 수 있을 것이다.

<신성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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