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현대중공업 4300명 감축…조선, 해양플랜트 외 6개 자회사로 분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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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부진하던 조선업 구조조정에 탄력이 붙고 있다. 하반기에도 수주난이 지속되면서 대형 조선 3사(현대중공업ㆍ대우조선해양ㆍ삼성중공업)를 중심으로 조직개편ㆍ인력감축을 포함한 자구책 실행 일정을 앞당기고 있다. 금융당국과 채권단도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한 컨틴전시플랜(비상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조선 빅3 수주난…구조조정 앞당겨
대우조선은 연내 1000명 희망퇴직
삼성중, 1조1000억 유상증자 추진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누구도 예상치 못 한 수주절벽에 대응하려면 자구계획을 당겨서 빨리 많이 해야 한다”(10일 월례 기자간담회)고 말했다. 정부는 조선해양플랜트협회가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 맥킨지에 의뢰한 조선업 컨설팅 보고서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조선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먼저 칼을 뽑은 건 현대중공업이다. 채권단과 현대중공업 등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이달 말부터 조선과 해양플랜트 부문을 제외한 나머지 사업부문을 분할하고, 정규직 4300여 명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을 하는 내용의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한다. 이들 가운데 70% 가량은 생산직이다. 지난해 구조조정한 3000여 명은 대부분 사무직이었다.

다만 현대중공업은 무급순환휴직으로 구조조정을 할 방침이다. 고용은 보장하되 운용인력을 감축하는 형식이다. 명예퇴직은 아예 실시하지 않거나 시행하더라도 최소한으로 하고, 퇴직 위로금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현재 자금사정으로는 40개월치의 명예퇴직 위로금을 줄 여력조차 안 돼 전면적인 명예퇴직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만약 명예퇴직제를 실시하더라도 20개월치 위로금을 지급하는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지난해 초 2만6000명이던 인력이 1만8000여 명 수준으로 줄어든다.

현대중공업은 또 이달 말까지는 조선과 해양플랜트부문을 지주회사로 하고, 나머지 부문은 6개의 자회사로 분할할 계획이다. 현재 180여 명인 임원 수도 120여 명으로 35% 줄이기로 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에도 60여 명의 임원을 감축했다.

이런 구조조정은 내년 이후에도 계속될지 모를 조선업 침체에 대비해 체질을 강화하자는 차원의 선제적 조치다. 현대중공업의 올해 매출은 20조원으로 지난해(25조원)보다 20%(5조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내년 매출도 14조~15조원 규모로 쪼그라들 것으로 전망된다. 2년 새 매출이 반 토막난다는 얘기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예전엔 연간 10~20척의 선박을 수주했는데 올 들어선 6개월 동안 두 척을 수주하는 데 그쳤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선박을 건조하는 도크가 11개인데, 정상적으로 경영이 유지되려면 연간 최소 80척의 건조가 진행돼야 한다. 하지만 현재는 10여 척만 건조 중"이라고 덧붙였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금융당국과 채권단이 중심이 돼 ▶자본확충 1조6000억원 ▶신규대출 1조원 ▶5조2978억원 규모 기존 자구안 조기 집행(2조원 추가 자구안 검토) 등의 컨틴전시플랜(비상계획)을 가동할 계획이다. 자본 확충은 대우조선의 완전자본잠식을 해소하기 위한 목적으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기존 대출금 1조원 출자전환한 뒤 신규자금 6000억원 이상을 출자전환 또는 유상증자 형태로 지원한다. 이와는 별도로 지난해 10월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지원키로 한 신규 대출 4조2000억원 중 아직 집행하지 않은 1조원의 대출도 집행한다. 내년 이후 하려던 인력 구조조정도 올해로 앞당긴다. 생산직을 포함한 1000명을 대상으로 연내 희망퇴직을 받는 것은 물론 2000명의 생산지원인력을 모아 별도의 조직으로 분사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1만2600명의 대우조선 직원 수는 1만명 밑으로 줄어들게 된다.

삼성중공업은 부동산을 포함한 비생산자산 매각 등을 통해 1조4551억원의 자구책을 실행에 옮기는 한편 1조1000억원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다. 인력 구조조정의 경우 2018년까지 전체 인력(1만4000명)의 30~40%를 줄인다는 계획 아래 올해 상반기 1392명의 희망퇴직을 받았다. 수주난이 해소되지 않으면 내년에도 순차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할 방침이다.

이태경 기자 uni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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