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건 1년에 수십 번 사망|뜬소문에 시달리는 미 증권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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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미국증권가에서는「레이건」대통령이 1년에도 수십 번씩「사망」한다. 이들「헛소문」은 대개「레이건」대통령이 암·심장마비·노쇠, 또는 뇌종양으로『방금 사망했다』로 시작된다.
일단 대통령의 사망소식이 퍼지면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곳은 증권가와 생필품 거래업계. 주가는 폭락하고 국민들은 사재기를 시작한다. 상인들은 물건값을 마구 올려 받아 결국 상인들만 재미를 본다.
결국『「레이건」사망』소문은 생필품 상인들이 제일 많이「조작」한다는 얘기가 된다.
실제로 생필품 상인들도 국민의 사재기와 물가상승을 물러 오는「헛소문의 파문」에 놀라면서『정말로 대통령이 사망하면 어떻게 될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도『헛소문일지라도 대통령사망 소문 끝에 돈을 벌게 되니까 대통령이 가끔 거짓으로 사망해 주는 것도 좋은 것』이라고 능청스럽게 얘기한다.
반대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사람은 헛소문에 휘말려 성급히 주식을 싼값에 팔고 생필품은 비싼 값에 사는 일반시민들이다.
이 같은 헛소문의 종류는「레이건」대통령의 사망 외에「볼커」연방준비제도 이사장의 사임 설, 체르노빌 원자력사고에 따른 소 값 폭등이나 사탕무 가격급등 예고, 곡창지대인 중·남부의 폭우, 미소 전면전 가능성 등 갖가지다.
최근 가장 커다란 파문을 일으킨 헛소문도「달걀이 발암요인이다」는 계란 파동과「돼지 열병이 후천성면역결핍증(AIDS)과 관련 있다」는 돼지 파동이다.
이 두 가지 소문으로 달걀 및 돈육업계가 초죽음을 당하다시피 재고 처리에 골머리를 앓았었다.
그러나 이 같은 소문이 저명인사의 농담에서 발단되면 더 큰 파문을 일으킨다.
「아이아코카」미 크라이슬러 자동차 회장이『「베이커」재무장관을 만났더니 달러가 가 폭락할 것이라고 말하더라』고 농담 삼아 던진 것이 미 전국 주식시장과 업계에 엄청난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또 미국의 대기업 콘티넨틀이「도산한다」는 소문은 뉴욕 주식시장에 때아닌 주식매각 소동을 일으켰다.
특히「케네디」대통령 암살사건직후「소련이 미국을 공격할 것」이라는 소문도 미국전체를 거의 공황으로 몰고 가 모든 곡물시장이 큰 요동을 겪었다.
그러나 미 상인들이 이들 소문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은 「아이아코카」의 농담이나 콘티넨틀 사의 도산 소문이 결국 사실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인들은『헛소문에 흔들리는 것이 바보짓인 줄은 알고 있지만 헛소문에 갈 편승할 경우 돈을 벌 수 있으니까 어쩔 수 없다. 또 소문이 소문으로 끝나지 않고 사실로 밝혀졌을 때는 이미 시기를 놓치기 때문에 상인들, 특히 증권관계 거래자들은 소문을 그냥 무시만 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아시안 윌 스트리트 저널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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