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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엄마는 아직 강남역 10번 출구를 떠나지 못했습니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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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는 아직 강남역 10번 출구를 떠나지 못했습니다

‘여자애가 왜 그렇게 늦은 시간까지 밖에서 술을 먹었냐’
‘그렇게 놀러 다니니 죽을만 하다’

‘강남역 화장실 살인 사건’ 이후 엄마는
딸의 죽음을 비하하는 사람들의 말에 가슴이 찢어집니다.

회사 기숙사 생활을 하는 고운씨(가명ㆍ23)는
집에 오자마자 짐을 풀어둔 채
학교 선배를 만나러 강남역으로 향했습니다.

“선배 만나서 지금 안주 먹고 있어. 금방 갈게 엄마.”
“그래, 늦지 말고 빨리 들어와.”
(5월 17일 오전 12시 40분)

늦은 시각 딸이 보낸 문자에 답을 하고
평소와 다름없이 밀린 빨래를 하는 날이었습니다.

집을 나서는 딸의 뒷모습이,
그렇게 주고받은 문자가 마지막이 될 줄 몰랐습니다.

무뚝뚝한 아빠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처음 가르쳐준 딸이었습니다.
이른 나이에 일찌감치 취업해 가족의 살림을 도운 착한 딸이었습니다.

장례를 치른 후 4개월이 넘게 흘렀지만,
아직도 가족의 시계는 멈춰 있습니다.
마치 아주 나쁜 꿈을 꾸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얼마 전 엄마는 지하상가에서
패딩 점퍼와 검정색 신발을 한 켤레 샀습니다.

”딸이 좋아했을 법한 스타일로 골랐어요.
조만간 태워서 고운이에게 보내려고요."
-‘강남역 살인 사건’ 피해자 부모-

부모는 그렇게 또 한 번 딸을 보낼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지난달 30일엔 서울중앙지법에서
‘강남역 화장실 살인 사건’의 가해자 김모(34)씨에 대한 결심공판이 있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이뤄진 일이라 저는 만족한다”
-김모(34)씨-

반성이 없는 김씨의 태도에 검찰은 무기징역을 구형했고,
1심 선고는 오는 14일 있을 예정입니다.

그날 이후, 강남역 10번 출구에는
피해 여성을 위한 추모 공간이 마련됐고, ‘여성 혐오’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여성으로 산다는 것의 불안함을 호소하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높아졌고,
이는 곧 ‘여성 혐오’ 논의로 확대됐습니다.

일부 남성은 ‘모든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로
몰지 말라’고 반발하며 ‘성 대결’ 국면으로 치달았습니다.

“처음 10번 출구에 추모 공간이 생겼을 때는 참 감사했어요.
그런데 그곳에서 벌어지는 다툼들,
급기야 몸싸움까지 벌어졌을 땐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라는 안타까움이 먼저 들었습니다.”
-고운씨 어머니 A씨-

유족들은 이런 상황을 지켜보면서 안타까움을 느꼈다고 합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폭력은 왜 아직도 우리 사회에 만연한가?’
‘그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은 충분히 갖춰져 있는가?’

‘강남역 살인 사건’은 한국 사회에 새로운 질문을 던졌지만

우리는 아직도 강남역 10번 출구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한 것 같습니다.
가족들의 시간처럼 우리들의 시간도 멈춘 걸까요.

기획: 이정봉 기자 mole@joongang.co.kr
구성: 박범준 인턴 park.beomjune@joongang.co.kr
디자인: 강지원 인턴 kang.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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