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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결산 아시안게임-"세계정상" 콧대꺾고「금」밭 일군 구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한국의 종합2위 목표달성에는 구기종목도 단단히 한몫을 했다.
농구와 배구는 낙제점을 받은 것이 사실이나 탁구·하키·핸드볼·축구·테니스·배드민턴 등은 찬란한 금밭을 일구웠다.
1등공신은 탁구.
경기초반 남녀 모두 세계최강 중공을 꺾고 단체전 우승을 따낸데 이어 18세의 고교생 유남규(유남규)가「장지아량」(강가량) 「휘준」(혜균)등 세계적 스타들을 모두 물리치고 남자단식 우승까지 차지해 최대의 성과를 올렸다.
탁구가 대회초반에 전혀 예기치 못했던 3개의 금메달을 따낸 것은 한국선수단의사기에 불을 붙인 도화선이었고 짜릿한 역전승에 매료된 전국민의 열화 같은 성원과 호응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탁구의 쾌거는 중공의 지나친 자만심으로 인한 선수기용의 실책 등이 겹쳐져 이룩된 것이므로 이로써 한국탁구가 세계정상에 섰다고 생각하는 것은 경솔한 속단.
이번의 패배로 큰 쇼크를 받은 중공탁구는 새로운 면모로 일신, 더욱 튼튼한「탁구장성」 을 구축하려할 것이며 북한·동구권 등도 아직 한국탁구에 강한 상대임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비인기 종목으로 괄시받던 하키가 남녀 모두 세계최강인 인도와 파키스탄을 누르고 우승을 따낸 것은「감동의 제2막」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성남대첩」은 외신들이『세계하키계에 쿠테타가 일어났다』고 호들갑을 떨 정도로 센세이셔널한 것이었다.
축구는 최초의 단독우승이라는 꽃을 피웠으며 아시아의 최강자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한국축구는 최근들어 중동세에 밀려 어느정도「중동 콤플렉스」를 느껴왔던게 사실.
그러나 준준결승에서 이란을, 결승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모두 제침으로써 이를 말끔히 씻게됐다.
테니스와 배드민턴은 평년작수준.
테니스의 경우 유진선(유진선)이라는 한국테니스사상 최대의 스타플레이어가 남자단체·단·복식·혼합복식을 모두 휩쓸어 4관왕에 올랐으나 여자테니스는 많은 문제점을 노출시켰다.
대표선수의 선발, 기용이 납득키 어려웠고 게임 내용에서도 중공·인니에 밀려 정상을 뺏기고 말았다.
노장주축의 현 대표팀의 전력으로는 도저히 역부족임이 드러났으므로 시급한 세대교체가 요구된다.
배드민턴도 여자부의 전멸, 단식경기에서의 부진으로 명암이 엇갈렸다.
이번 대회에서 팬들에게 가장 큰 실망을 안겨준 종목이 남녀 배구와 농구.
남자배구는 중공에 3-1로 완패, 83년11월 아시아선수권이후 4연승에 종지부를 찍었으며 여자배구도 일본에 덜미를 잡혔다.
또 남녀농구팀도 이제까지의 우위에서 물러나 중공팀에 추월당하고 말았다.
분명 객관적 전력비교에서 남자배구 및 농구팀이 앞서있었음에도 졸전을 펼친 끝에 패한 것은 훈련상의 미스나 정신적 자만심, 또는 상대팀에 대한 정보부재가 빚어낸 결과로 봐야할 것이다.

<김동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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