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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음 잦은 울릉 간암 1위…육류 덜 먹는 완도 대장암 최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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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음주가 잦은 경북 울릉군은 간암이 많고, 육류를 덜 먹는 전남 완도군은 대장암이 적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정춘숙(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일 2013~2015년 시·군·구별 신규 암환자(위·간·대장·폐·유방·갑상샘) 발생률을 공개했다. 건강보험공단에 등록한 암환자 자료를 활용했고, 연세대 보건대학원 박소희 교수가 지역별 연령 분포가 같게 처리해 분석했다. 시·군·구 암 발생률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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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에게 암이 많이 생긴 지역은 전남 영광군, 충북 옥천군, 세종시, 경남 거창군이다. 발생률 30위권에 든 암이 3개인 곳이다. 여성은 충남 계룡시, 청주 흥덕구, 수원 영통구, 대전 서구, 경북 군위군 등이다. 계룡시는 암 종이 4개, 나머지는 3개다. 충북 옥천군은 남녀 양쪽 다 3개 암(폐·위·대장) 발생률이 30위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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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보은군은 위암 발생률이 전국 최고 수준(남 1위, 여 2위)이다. 2013·2015년 지역건강사회조사 결과 보은군 주민 중 짜게 먹으려는 사람의 비율이 전국 평균보다 많았다. 옥천군의 대장암은 걷기 실천율이 낮은 것과 관련이 있다. 박종혁 충북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금강을 끼고 있는 옥천·보은 등은 민물 어패류를 건조, 훈제 염장해 먹기도 하는데, 이런 음식의 질산염이 세균에 의해 발암물질인 아질산염으로 변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3년간 시·군·구별 신규 암환자 분석
서울 대표적 부촌 강남구 지역
여성 폐암 높지만 남성은 낮아
짜게 먹는 보은 남성 위암 1위

간암은 음주 문화와 관련이 있다. 경북 울릉군(남 1위)과 경남 남해군(여 1위)은 지난해 고위험음주율(주 2회 이상 남성 7잔, 여성 5잔 이상 음주)이 20%를 넘었다. 전국 최고 수준이다. 울릉군보건의료원 관계자는 “마땅한 여가시설이 없어 저녁에 이웃끼리 술자리가 잦은 편”이라고 말했다. 남해군보건소 측도 “바닷가에서 일하는 주민 중 술을 즐기는 사람이 많다. 알코올 섭취가 간경화로, 더 심해지면 간암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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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류 섭취가 상대적으로 적은 지역은 대장암이 적다. 섬을 끼고 있어 고기를 먹을 기회가 적은 전남 완도·신안·무안군은 남녀 대장암 발생률이 전국 최저 수준이었다. 신안군보건소 관계자는 “배가 하루 한 번 오가는 낙도에선 밥상에 육류가 오르는 일이 드물다. 뭍에 나가 가장 먹고 싶은 음식으로 삼겹살을 꼽을 정도”라고 말했다. 세종시(남 4위, 여 7위) 등 도시 지역엔 상대적으로 대장암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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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는 남녀 간의 폐암 양상이 크게 다르다. 최근 3년간 여성 폐암 발생률이 인구 10만 명당 36.4명으로 전국 6위였다. 반면 남성(45.7명)은 전국 지자체 중 최하위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남녀 흡연율의 차이와 관계가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지역사회건강조사(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강남구의 남성 흡연율(33.1%)은 서울 25개 구 중 20위 정도다. 여성 흡연율(4.9%)은 서울의 평균(3.4%)보다 높다. 강재헌 인제대 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강남구엔 1인 가구와 전문직이 많아 예전부터 여성 흡연율이 높았을 것으로 보인다. 폐암의 위험도 역시 누적됐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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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희 교수는 “인구가 적은 곳은 소수의 환자로 추정치가 바뀔 수 있다는 한계가 있으나, 지역별 암 수준을 확인하는 최초의 자료로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노성훈 세브란스병원 암병원장은 “지역별 암 발생률 자료가 처음 나왔기 때문에 암이 많은 지역의 식습관·생활습관 등을 역학조사해야 한다”며 “이를 토대로 지역별 암 예방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영지·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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