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인테공학」이 "금밭" 일궜다|선수들 「과학훈련」어떻게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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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일본과의 종합2외 다툼이 치열할 것이라는 당초예상과 달리, 중반부터 숙적 일본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폐막 하루전에는 금메달 레이스에서 10억인구의 중공과 타이까지 기록했던 이번 아시안게임의 쾌거는 어떻게 이룰 수 있었을까. 물론 선수 개개인의 피나는 노력과 범국민적인 성원의 결과라고 얘기할수 있다. 그러나 그 저변에는 출전선수(특히 메달유망선수)들에대한 체력및 경기력의 과학적 분석과 능력향상을 위한 합리적 처방, 그리고 이를 토대로한 오차없는 반복훈련이 결과적으로는 93개의 금메달을 따내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스포츠는 종목에 따라 요구되는 체력이 각기 다르다.
육상단거리를 포함한 넓이뛰기·높이뛰기등 육상종목과 역도·탁구·체조·펜싱등은 폭발적인 순발력을 요구하는 대신 마라톤·육상장거리·수영·사이클·도로경기등은 월등한 지구력이 있어야 한다.
한편 테니스 하키등의 구기종목은 순발력과 지구력이 경비돼야한다.
이번 대회에서 우리나라에 메달을 무더기로 안겨준 선수들은 어떤 체격조건을 갖추고 있었으며 그들이 지닌 단점들을 어떻게 보완, 극복했는가를 한국스포츠 과학연구소의 분석자료를 통해 알아본다.
뉴델리대회이후 남자 2백m종목에서 2연패를 기록한 장재근(24).
키1백84cm, 체중78kg으로 세계적인 육상단거리 선수들과 비교해서 손색이 없는 체격조건을 갖추고 있지만, 순발력이 뒤지는 것이 치명적인 흠.
작년11월 순발력측정법의 하나인 광전신반응속도로 검사한결과 0.210초로 나타나 육상단거리의 세계수준(0.19초)에 0.02초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차이는 경기출발시 20cm가 늦어지는것을 뜻해 단거리 달리기에서는 상당한 취약점으로 지적됐다.
그러나 이같은 전신반응속도는 후천적으로 개선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체력조건이어서 연구소는 장재근에게는 역시 2백m이상의 단거리가 최적종목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중반이후 가속능력 배양에 중점을 두어 훈련토록 처방을 내렸다.
동계훈련이후 지난 2월 실시한 체력검사에서 장은 각력이 1백80kg으로 국내 남자단거리선수평균치(1백60kg)보다 월등한 것으로 나타났고 배근력도 급격히 향상됐다.
테니스4관왕 유진선은 이번 대회 이전까지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지만 천부적인 체격조건을 갖춰 언젠가는 빛을 낼 재목으로 꼽혔던 선수.
우선 신장이 대표선수 평균보다 7.3cm가 큰 1백85cm에다 순발력의 척도인 서전트점프가 64cm(대표평균61cm)나 된다.
거기다 폐활량이 5천30cc로 대표평균(4천3백95cc) 보다 무려 6백35cc나 많고, 쥐는 힘(악력)도 77kg(대표평균 60kg)으로 끈질긴 지구력을 필요로 하는 테니스에는 최적인셈.
따라서 유의 개가는 완벽한 체력조건이 낳은 당연한 결과라고 할수 있다.
남녀하키출전선수들은 동계훈련이전에 모두 지구력의 보완이 시급하다는 판정을 받고 이부문의 체력보완을 중점적으로 훈련해왔었다.
남자하키에서 가장 많은 골을 넣은 김만회의 경우 지구력테스트의 일종인 하버드스텝지수가 종전보다 12%가 는 1백22나 됐고 각력·배근력도 각각 10%내외인 12kg, 26kg씩 증강됐다.
여자하키선수들도 마찬가지.
임계숙을 예로들면 지구력이 동계훈련기간중 무려 36%나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처방은 사이클의 신대철에게도 적용됐다.
신에게는 피하지방을 빼고 평형성과 지구력을 길러야 한다는점이 지적돼 배와 대퇴부의 피하지방 두께를 0.5∼1.7cm까지 줄였고, 지구력과 평형성도 각각 26.8%, 10.4%씩 증대시켜 장거리 사이클링에 적합한 체력을 완성시켰던 것이다.
양궁과 사격은 다른 경기종목과 판이하게 다른 조건이 요구되는 종목.
마음의 안정과 긴장이완 호흡멈춤 중심잡기등 과녁명중에 필수조건이 되는 항목들의 종합적인 요건이 맞아떨어져야 한다.
고교1년생으로 양궁 4관왕이 된 양창훈의 경우 다른 유명선수와 달리 심리적 부담은 적었지만 다른 항목에서는 아직 미숙한 점이 많아 호흡멈춤과 집중력 향상이 숙제로 남았었던것.
연습시 뇌파체크로 잡념제거훈련을 거듭했고, 일종의 모의실험인 이미지 트레이닝을 통해 긴장이완 호흡멈춤의 기법을 익히도록 했다.
이같은 선수들의 과학적인 체력관리와 경기능력 향상처방은 2년뒤에 있을 88서울올림픽에서 세계의 두터운 벽을 깨뜨리기위해 더욱 강화돼야한다는 것이 스포츠과학전문가들의 견해다. <윤재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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