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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금발 미녀 '진보파 사냥꾼' 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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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금발 모델을 연상시키는 변호사 출신인 한 여성이 최근 미국 정가에서 '진보세력 사냥꾼'이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대표적인 보수파 논객으로 떠오르고 있다.

주인공은 코넬대 학부를 졸업하고, 미시간대 로스쿨을 나온 40대 초반의 앤 쿨터(사진). 쿨터는 늘씬한 외모만으론 연상이 잘 안 되는 극우 보수적인 주장을 내놓으며 눈길을 끌어모으고 있다. FOX.ABC 등 주요 방송의 정치대담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하고 내셔널 리뷰 등 수많은 시사잡지에 기명칼럼까지 실린다.

내놓은 책마다 최소한 1백만부 이상씩 팔리는 베스트 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주장도 파격적이다. 단순히 힐러리 클린턴이나 톰 대슐과 같은 몇몇 민주당 인사들을 공격하는 차원이 아니라 민주당.진보파 전체를 '배신자, 반역자, 공산당, 중상 모리배…'라고 송두리째 몰아붙인다.

강연회 때마다 몸에 착 달라붙는 원피스나 미니스커트 차림으로 등장해 "진보세력이라는 자들은 냉전이 끝난 뒤에 단 한번도 미국에 충성심을 보이거나 도움이 된 적이 없다" "소련은 실제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무너뜨린 것인데 좌파언론과 진보세력들은 소련이 스스로 붕괴됐다는 식으로 미국인들을 속였다" "오늘날 북한 핵문제는 저 멍청한 클린턴이 썼던 '민주당식 접근법' 때문에 빚어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최근 저서 '반역(Treason)'에서는 보수파들도 공개적으로 거론하기를 꺼리는 '매카시즘'까지 옹호하고 나섰다.

매카시즘의 허구성을 파헤친 기자인 I F 스톤은 소련의 첩자며, 매카시 상원의원은 미국을 구해낸 영웅인데도 결국 자신만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고 주장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라크전이 시작됐던 지난 3월에는 '내부의 적'이라는 칼럼에서 뉴욕 타임스를 대놓고 비난하기도 했다. 쿨터는 "뉴욕 타임스는 무시무시한 개전 공격에도 불구하고 미군이 수렁에 빠질 것이라고 보도했다"며 "개전 후에도 이 신문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연설보다 후세인의 연설을 더 크게 보도했다"고 비난했다.

미국 내 진보사이트들은 이달부터 그녀를 공적(公敵) 1순위로 꼽고 마녀 또는 콜걸로 풍자하며 일제히 비판에 나서고 있다.

워싱턴=이효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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