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이 남긴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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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60년대말이후 경제적 고도성장이 현대한국의 첫 기적적 위업이었다면 서울아시안게임은 한국인의 문화적인 저력과 역량을 세계에 과시한 두번째의 경이적인 업적이 될것같다.
아시아의 이웃들은 물론, 이번 대회를 예의주시한 서방 우방과 공산진영을 망라한 세계의 눈에는 대회를 연출한 한국인의 솜씨가 필경 신선한 충격으로 전달되었을 것이 틀림없다. 바로 그신선한 충격은 감동과 호감을 낳고 다시 이해와 신뢰로 이어져 일시적인 국위선양정도가 아니라 앞으로 나라의 발전에 얼마나 소중한 밑거름이 될것인가 헤아리기 어렵지않다.

<고도성장이은 위업>
현대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은 비대화에 따라 스포츠행사라는 단순차원을 초월한지 이미 오래되었으며 그 개최는 민족적 문화의 볼륨과시민의 교양을 바탕으로 한국가와 국민의 총체적 역량을 표현하는 것이다.
한국국민은 서울아시안게임을 통해 이를성공적으로 내의에 확인시켰다고 믿어진다.
구체적으로 볼때 성과의 으뜸은 아시아민족사회에 있어서 스포츠분야뿐만 아니라 문화·과학의 측면에이르기까지 선도적· 지도적 지위의 확립 이라고 할수있다.
이미 아시안게임을 개최한 경험을 가진 일본·인도등의 인사들조차 서울의 기획·조직·운영·시설등 기본적인 요소에서부터 컴퓨터· 서비스·환경장식에 이르기까지 『믿을수 없을만큼 놀랍고 훌륭하다』 는 느낌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차기대회를 개최하는 북경측은 상이한 사회체제임에도 서울대회의 노하우를 한점도 빠뜨리지 않고 배워두겠다는 자세를 보였으며 한간부는 『도저히 이렇게 하지는 못할것같다』 고 걱정을앞세울 정도였다.
아시아는 고도의 문화와 엄청난 지적스케일을 중국·인도· 일본이 아닌 한국에서 확실히 목격하고 체험한것이다.
두번째는 88올림픽에 대한 한가닥 의구심을 씻고 성공을 보장한것이다.
분단국중 첨예한 냉전과 대립의 대표적 케이스라는 현실때문에 지난82년 서울올림픽개최를 결정한 IOC(국제올림픽위원희)조차 그 일각에선 은연중 회의론을 불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북한의 방해책동은 이제더이상 어디에도 먹혀들기 어렵게 되었다.
「사마란치」IOC위원장은 당초부터 서울올림픽을 지지하고 적극 지원한 점을자찬할만큼 흡족해 했으며「셰이크· 파하드」OCA(아시아올림픽평의회)회장은 한국과 서울올림픽에 의해 아시아 스스로가 세계로 비약할 것이 확실하다고 단정할 정도였다.

<교전국해방에 기여>
대내적으로두 88을 향한 국민의 의욕과 의지를 한가닥으로 힘차게 묶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고 볼수있다. 사실 해외의 회의론보다 더 심각한 장애가 일부 국민의 86·88양대회에 대한 부정적· 소극적 시각과 인식이었다.
다음엔 국제적 교류와 이른바 해빙에의 기여다.
『스포츠 행사이니까』라는단서가 항상 붙어있지만 86·88 양대회 개최에관한 우리의일관된 의지와 자세는 국제사회의 감명을 불러 일으켜중공외에 교전중인 이란·이라크까지 갗은 난관을 무릅쓰고 출전했을 뿐만 아니라공산권인 베트남·남예멘· 시리아도 재정적인 사정에 따른 선수단 불참대신 회의대표단과 보도진을 파견, 명실상부한 아시아가족의 한마당을 이룩한 것이다. 36개 회원국중 32개국의 참가를 실현한외교적 노력이 높이평가된다.
마치 화산이 폭발하듯 온아시아에 충격을 울린 경기분야에서의 열기와 한국의잠재력발휘는 새로운 긍지를 심어주었다.
93개의 금메달을 포함한 각종 슴전보중에는 다른나라의 답보나 퇴보에 편승한 행운의 개가가 없는건 아니지만대부분의 경우 우리의 장족의 경기력향상이 입증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과거에 없었던 과감한 투자와 집념어린 노력의 결실이었다.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은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용기와 희망과의지를 심어주어 건전하고 밝은 사회의역군이 되게하는것』을 이상으로삼는다.
우리의 경우 영재교육을방불하는 소수의 대표선수강훈일변도가 튼튼한 저변구축을 전제로하는 본래의미의체육립국과는 궤도가 다른것이지만, 사회가 선수들의성취의욕을 북돋우는 동기를부여해 큰 성과를 거둠으로써 해방이후 오랜세월 혼미를 거듭해 온 사회일반의스포츠관이 올바른 좌표를 찾게 되리라는 기대를 낳았다.

<「김」에만 집착없어야>
이것은 학원및 사회 체육, 청소년선도, 국민의 여가선용,그리고 이런 분야에 관련된자연·인문과학의 발전에까지 매우 넓고 강렬한 파급효과를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국민을 한덩어리 되게하고 민족적 열정을 정화시켰으며 감명깊은 인간승리의 드라머를 속출시켜 새삼 인생과 사회를 생각케 하기도 한 서울아시아드는 그 자체만으로역사의 큰 페이지를 엮을것은 물론이다.
이제 아시안게임은 기대이상의 성공을 거두었지만 승리와 금메달에 너무 집착해국제화의 시대에 너무 국수주의에 흐르지나 않았는지 반성해 볼일이다. 이런 큰대회를 치르자면 많은 비용이들게 마련이지만 보다 절약하고 자원배분의 효율을 기할 여지는 없었는지 점검해볼 필요도 있다. 그리고 이번 경험을 살려 자원과 인력의 보다 효율적인 관리방안도 마련해야겠다.
서울올림픽이 불과 2년후이며 그것은 더 큰 세계의 잔치. 따라서 『서울아시안게임은 다 끝난것이 아니다』는 박세직조직위원강의말대로 우리의 앞엔 새로운과제들이 남아있다.<박군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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