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정년과 정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6급 이하 공무원의 정년이 내년부터 55세에서 58세로 연장된다. 고령화 사회에 대비하는 정부의 고용 관을 반영하고 있다.
정년을 일본에서는「정년」이라고 한다.「일정한 나이」에 이르면 근무하던 직에서 물러난다는 의미다. 우리의「정년」은 어딘가 어설픈 여운을 담고 있다.
그에 비하면 미국인의 정년(retirement)은 훨씬 자발성이 강하다. 은퇴란 말이 더 걸 맞는다.
물론 미국에도 강제퇴직 연령이 없는 건 아니다. 경찰관·소방관·항공기 조종사 등 내체 적 능력의 한계가 문제되는 직종이나 격무에 해당하는 경영자·외교관은 50대에서 60대 중반에 퇴직된다.
그렇지만 이들은 전체 노동인구의 5%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건강상 이유나 자기 의사로 퇴직한다.
자유 퇴직자의 3분의2는 사회보장연금이 전액 지급되는 65세가 되기 전에 직장을 떠난다. 연금이나 받으며 속 편히 살겠다는 뜻이다.
미국에는 고용에 있어서의 연령차별금지법이 있다. 일반근로자는 70세까지, 연방공무원은 언제까지라도 본인의 의사에 반해 쫓겨나는 일이 없다.
그러나 연금 전액을 지급하는 연령을 기준으로 보면 미국의 정년은 65세다.
일본에선 10월1일부터 60세 정년제가 실시되고 있다.
이것은 벌칙 없는 기업의 자발적 의무사항이라곤 하지만 거의 예의가 없다.
이 법의 시행전인 금년 초에 이미 55·4%의 기업이 60세 이상 정년제를 채택하고 있었다. 정년이 55세 이하인 경우는 27·1%에 불과했다.
70년대 후반에 재고용 제도라든지, 희망 퇴직제도를 개발한 것도 일본이었다.
심지어 구로가와 건설이란 회사는 묘한 정년 연장시험도 고안해 냈다.
1년에 두 번 전 사원을 대상으로 체력테스트를 실시, 60세의 체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증명되면 정년을 연장한다.
현재 60세 이상 사원은 전체 사원의 7%나 되며 최고령 자는 72세다.
사원들이 일찍부터 건강에 유의하게 되고 그로 해서 유능한 경력사원의 손실을 막는 비법이란 평가를 받기도 한다.
미국의 사회심리학자「대니얼·배스거드」교수(메릴랜드대)는『고령화 사회는 결국 정년이 없는 사회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대 변화에 걸맞은 정년의 연장이 우리 사회에서도 널리 고려돼야 할 때가 되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